미국은 왜 신대륙일까. 콜럼버스가 새로 발견한 땅이라서? 가난과 압제를 피해 대서양을 건넌 사람들. 그들은 그 땅에 꿈에 그리던 새 정치질서를 심었다. 1776년 독립선언, 1787년 연방헌법 제정, 1863년 게티즈버그 연설…. “미국의 역사는 민주주의 역사”라고 한다. 그러기에 신대륙이다.
1920년대에 또 하나의 변화가 일어났다. 웨스팅하우스가 GE, AT&T와 손잡고 대량 보급한 라디오. NBC, CBS 등 수많은 방송사가 생겨났다. 이때부터 ‘표현·언론의 자유’를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는 더욱 화려한 꽃을 피웠다.
이런 역사를 지킨 것은 누구일까. 바로 미국 의회다. 234년 전 제정된 연방헌법 1조 1항, “모든 입법 권한은 연방 의회에 속하며….” 미 의회는 ‘민주주의 수호신’과도 같다.
그런 의회가 폭력에 멍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선동했다. “우리는 의회로 갈 것이다.… 힘을 보여줘야 한다. 강해야 한다.” 의회를 쑥밭으로 만든 폭력 시위대. 미국 민주주의를 짓밟은 참변이다. 자유진영 국가에서는 개탄이 쏟아진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수치스러운 장면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나를 슬프고 화나게 한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대표, “이것은 미국이 아니다.” 미국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내각이 트럼프를 축출하지 않으면 의회가 탄핵하겠다.” 미 연방검찰은 내란음모죄를 적용하겠다고 한다. 지미 고메즈 민주당 하원의원, “이런 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죽어가는 길이다.”
언론 보도와 상대 진영의 비판을 ‘가짜뉴스’로 매도한 트럼프. 선동과 분열 정치는 밑바닥을 드러냈다. 그의 운명은 어찌될까. 프랑스혁명 직후 단두대에 오른 루이 16세,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얼마나 다를까.
우리를 돌아보게 된다. ‘국민의 입’ 틀어막기를 우습게 아는 거대 여당. 대북전단살포금지법과 5·18왜곡처벌특별법을 만들었다. 언론 보도를 가짜뉴스로 매도하는 청와대, 비판에는 서슴없이 댓글 집단공격을 하는 친문 극성 지지자들…. 척박한 민주주의의 땅이다. 미국의 위기는 우리의 거울이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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