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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을 위해 기도하는 조 바이든
軍을 정치 제물로 삼은 문 대통령
정부와 국민이 안보 방관하면
‘나라의 안녕’ 보장할 수 없어

“신이여, 우리 군대를 지켜 주소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사의 마지막 구절이다. 아니, 군이 국민을 지켜야지,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이 군을 지켜달라니! 본토가 침공당할 확률이 제로에 가까운 초강대국의 대통령이 군 수호를 외치는 모습이 너무 생경했다.

전쟁 위험으로 치면 미국보다 수백 배 높은 곳이 한반도다. 최악 독재정권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겁박하고, 주변 강대국들은 무시로 우리 영공과 영해를 침범한다. 안보가 벼랑 끝에 놓인 대한민국에서 군의 존재는 대통령의 취임사에 등장한 적이 없다. 외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군을 ‘정치 제물’로 만들어버렸다. 4성 장군이 능욕을 당하고, 굴욕을 느낀 3성 장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결과 군과 함께 무너진 것이 국가 안보였다.

배연국 논설위원

권력에 순치된 군은 호랑이 눈으로 적의 동태를 살피는 대신 반려묘처럼 정권에 꼬리를 흔든다. ‘북한은 주적’이라는 국방백서의 표기를 지우고선 ‘북한은 우리와 협력할 대상’이라고 병사들을 가르친다. 북의 총탄이 우리 감시초소(GP)로 날아드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 초병의 중기관총은 고장 난 상태였다. 휴전선 철책은 구멍이 숭숭 뚫렸고 해안 레이더는 잠자는 중이다.

민간인 사찰 논란이 제기될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정부의 유전자(DNA)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다”고 큰소리쳤다. 사찰 DNA는 진즉 사라져야 할 구시대적 유물이지만 절대 없어져선 안 되는 것이 ‘안보 DNA’다. 지금 많은 국민은 나라를 수호할 안보의식이 문정부에 존재하는지 깊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레드라인과 관련해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해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북의 핵미사일 사정거리가 미국 본토에 닿지 않으면 레드라인을 넘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국방장관은 한술 더 떠 “레드라인은 미국이 설정한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안위를 책임진 대통령과 주무 장관이 엉뚱하게 남의 영토에 안보 기준선을 정한 꼴이다. 지난달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6번이나 핵을 강조하고 핵 고도화 계획까지 밝혔지만 정부는 북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최근 미국은 의미심장한 말을 우리 정부에 던졌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시작전권 전환은) 우리의 병력과 인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했다. 전작권을 어서 넘겨달라고 보채는 우리 국방부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B급 군대에 작전권을 넘겨주면 남한에 주둔한 미군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남한에는 주한미군보다 2000배나 많은 우리 국민이 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목숨을 누가 보장하나.

1994년 여름 동네 슈퍼와 백화점 식품매장에 긴 줄이 늘어섰다. 평소 10박스 정도 팔리던 라면은 100박스가 넘게 나갔다. 라면과 밀가루, 통조림, 휴대용 부탄가스는 금세 동이 났다.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로 빚어진 1차 북핵 위기 때 우리의 모습이다. 그 후 실제로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강행하고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 중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걱정하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은 평화만 읊조리고 국민은 무관심하다.

우리는 안보를 방치하다 나라를 강탈당하는 치욕을 겪었다. 백년이 지나도록 나라를 빼앗은 일본만 증오하고 나라를 못 지킨 우리의 반성은 없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조선의 패망 소식을 듣고 이렇게 탄식했다.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이 일본도 아니요, 이완용도 아니요, 그것은 나 자신이오. 내가 왜 이완용으로 하여금 조국을 팔기를 허용하였소. 망국의 책임자는 바로 나 자신이오.”

우리가 우방의 도움으로 두 번이나 나라를 구한 것은 천운이었다. 지금은 그런 천운도, 우방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혈맹국에서조차 “이러려고 우리가 피 흘려 한국을 지켰나”라는 한탄이 쏟아진다. 정부와 국민이 모두 안보를 내팽개치는 나라를 누가 대신 지켜주겠나. 대한민국은 과연 안녕할 수 있을까.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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