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친족기업 몰아주기 폐지
공정위 “중기·소상공인에 기회”
가격·품질 경쟁력엔 우려 시선

삼성과 현대차, LG 등 대기업집단이 계열사 및 친족기업에 몰아주던 구내식당 사업에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한다. 실제 경쟁입찰에서 지방 중소 급식업체 등이 입지를 확보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대기업집단이 자발적으로 ‘일감 개방’에 나섰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삼성, 현대자동차, LG,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LS, 현대백화점까지 8개 대기업집단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 사이언스파크에서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을 열고 구내식당 일감을 전격 개방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이제까지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 집중했다면, 이번 조치는 제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일감 나누기’를 지원,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공정위에 따르면 전체 4조3000억원에 달하는 단체급식 시장은 상위 5개 업체인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씨제이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가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단체급식 업체는 계열사 및 친족기업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하는 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렸고, 이런 거래관행이 25년 가까이 이어져 왔다.
삼성전자는 1983년 기흥공장 설립 당시, 자체 구내식당을 운영하다가 1997년부터 삼성에버랜드(현재 삼성웰스토리)와 수의계약하는 방식을 이어왔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단체급식 수의계약 규모는 연간 5240만식, 금액으로는 4400억원 수준이다.
아워홈은 LG그룹 고 구인회 회장의 3남이 별도 설립한 회사로서 친족관계인 LG그룹 및 LS그룹과 오랜 기간 수의계약을 통해 거래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 범현대가 그룹들의 단체급식 일감을 도맡아 사업하는 식이다.

공정위는 이번 단체급식 일감개방을 통해 대기업집단 계열사 및 친족기업이 독점하던 1조2000억원 규모의 단체급식이 순차적으로 경쟁입찰로 전환돼 독립기업들에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 3월 시범적으로 2개 식당 개방을 결정하고 외부업체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향후에는 전면 대외개방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LG 역시 전면개방 원칙을 세우고, 그룹 내 단체급식 일감을 순차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CJ는 그룹 내 단체급식 물량의 65% 이상을 순차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기존 사업장은 비조리 간편식 부문에 경쟁입찰을 시범 실시하고, 연수원과 기숙사, 서비스센터 등 신규 사업장은 경쟁입찰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다만 경쟁입찰을 통해 기존 급식업체가 그대로 입찰을 따내거나, 상위 업체들이 일감을 나눠 먹기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 급식업체가 가격 경쟁력이나 급식 품질 등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LG 등의 참여기업은 소규모 지방 사업장의 경우 인근 중소·중견 급식업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계획들을 세웠다”며 “공정위가 참여기업과 협력을 통해 정기적으로 일감개방 추진상황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선포식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상위의 상생은 ‘일감 나누기’”라며 “이번 결정은 단체급식업에 종사하는 독립·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엄청난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고, 직원들은 맛있는 음식을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경쟁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 장재훈 현대차 대표, 권영수 LG 부회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김홍기 CJ 대표, 이광우 LS 부회장, 장호진 현대백화점 대표가 참석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사진=뉴스1,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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