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에는 사과 없이 차례상을 차려야 할지 모른다. 얼마 전 사과 주산지인 경북 안동에 과수 화상병이 발생해 재배 농업인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기존 발생지역인 충북과 강원도에 인접한 경북 북부지역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경북 내 사과 주산지의 중심인 안동에 발생해 방역당국의 고민은 깊다.
2015년 경기 안성에서 최초로 발생한 화상병은 과수의 잎과 줄기, 과일 등이 불타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게 말라 죽는 증상을 보이는 무서운 병이다. 현재 예방약이나 치료제가 없어 발견 즉시 나무를 뽑아 땅에 묻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과수 화상병은 감염이 되면 즉시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의 생육 상태나 기상환경에 따라 발현되는데, 올봄의 기상 상태가 증상이 나타나기에 적합했다는 것이다. 또 화상병은 해를 거듭할수록 확산되고 있어 전국 어디도 안전할 수가 없다.
작년에도 냉해·우박·태풍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사과 생산량이 줄었고, 가격도 올라 자주 먹지 못했다. 올해도 과수 화상병이 확산되면 추석 차례상에 사과를 올리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방역당국은 방역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서 과수 화상병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피해 농가의 보상과 지원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농업인들도 농장 및 작업도구를 소독하고 그 내용을 꼼꼼히 기록·관리해야 하며, 작업자 간 이동제한 등 행정명령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일반 국민들도 과수농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하며, 무엇보다 힘들어하는 농업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재호·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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