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감염 지속… 막을 수단 전혀 없어”
“이젠 중증환자 치료 개선 집중해야”
확진자 위주 방역체계 전환 목소리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유행하는 상황에서는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을 이끈 앤드루 폴러드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날 코로나19에 관한 영국 의회 내 초당파 모임에 나와 “델타 변이에 의한 돌파감염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에겐 감염을 (완전히) 막을 수단이 전혀 없다”며 “이는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신화적(mythical)임을 뜻한다”고 밝혔다.
최근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이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64세 접종 완료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은 미접종자에 비해 49%가량 낮았다. 백신을 2회까지 모두 맞아도 감염을 절반밖에 못 막는다는 뜻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 확진자 수가 치솟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 이스라엘 신규 확진자는 6275명으로 지난 2월8일 이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의 일주일간 일평균 확진자도 전날 기준 12만4470명으로 2주 전보다 2.18배 증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집계했다.
폴러드 교수는 다만 “백신으로 형성된 항체 수치가 낮아지더라도 우리 면역체계는 수십 년 뒤에도 백신 접종 사실을 기억하고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어느 정도 보호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돌파감염에 의한 심각한 질병은 관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백신의 중증 및 사망 예방 효과가 확인된 만큼 지금 당장 부스터샷을 맞히기보다는 해당 물량을 접종률이 낮은 국가의 취약층에게 전달하는 것이 낫다고 그는 덧붙였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미국의 접종 완료자 1억6400만명 중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은 0.001% 미만(1507명), 입원율은 0.005% 미만(7171명)이었다. NYT가 40개주와 워싱턴의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전체 코로나19 입원 환자 대비 돌파감염자 비율은 주별로 0.1∼5% 수준이었고 사망자 중 돌파감염자는 0.2~6%였다. NYT는 다만 이 수치가 6월 중순∼7월 이전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된 후의 중증·사망 예방 효과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 때문에 확진자 수 위주의 방역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폴 헌터 이스트 앵글리아대 의대 교수는 “이제는 숫자 집계 대상이 확진자에서 환자로 바뀌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실제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두려움이 커진다”고 했다. 폴러드 교수도 앞으로는 상태가 나쁜 사람을 검사하고 중증 입원환자 치료를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