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바이러스 감염 우려 있어”
매장서 일회용컵에만 음료 담아줘
2020년 플라스틱 폐기물 19% 급증
“식당 식기 그냥 쓰는데 왜 카페만”
전문가 “다회용기 세척 잘하면 돼
버려진 일회용기 되레 감염 위험”
“저희 매장은 일회용 컵에만 음료를 드려요. 일회용 컵에 받은 뒤 직접 텀블러에 옮겨 담으세요.”
심모(29)씨는 얼마 전 서울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담아 달라며 텀블러를 내밀었다가 점원에게 거절당했다. 점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다며 심씨의 텀블러를 받지 않은 것이다. 해당 매장에서는 다회용 유리컵 등도 쓰지 않고 있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평소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는 심씨는 “계산할 때 카드나 돈은 주고받는데 감염 우려 때문에 텀블러는 받지 않는다는 것이 이해가 잘 안 간다”며 “일회용 컵에도 비말이 묻어 있을 수 있는데 다회용 컵 사용을 아예 막는 것은 과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카페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2018년 카페의 일회용 컵 단속이 본격 시행되면서 전국적으로 일회용 컵 사용이 줄었지만,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텀블러 등 개인 컵을 받지 않거나 무조건 일회용 컵만 제공하는 곳이 늘어난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회용품이 다회용품보다 감염에 안전하다는 인식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19일 서울 광화문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자 점원은 “코로나19 때문에 매장에서 마시더라도 일회용 컵에 제공된다”고 안내했다. 매장 내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모두 일회용 컵을 쓰고 있었다. 주변의 다른 카페들도 사정이 비슷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대부분의 카페에서 다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했지만 이날 확인 결과 “다회용 컵은 쓰지 않는다”며 무조건 일회용 컵에 주는 곳이 많았다.
2018년 환경부가 일회용 컵 사용 금지 규제를 시행한 뒤 1년 만에 카페 등의 일회용 컵 사용량이 75%가량 줄고 매장 10곳 중 8곳에서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현재는 도돌이표처럼 금지 규제 시행 전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하루 평균 플라스틱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923t으로 2019년(776t)보다 18.9% 증가했다.
어떤 매장에선 아예 다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소비자들은 이 같은 기조에 불만을 터뜨렸다.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코로나19 때문에 머그잔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모든 식당에서도 그릇·수저·컵 등을 다 일회용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차가운 음료 대신 따뜻한 차를 마셨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게시물에는 4100여명이 공감했고, “개인 컵도 안 받는 곳이 많아서 당황스럽다”는 댓글이 수백개 달렸다.
평소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최소화)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A씨는 “텀블러 이용보다 식당에 있는 수저통이 오히려 더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미덕처럼 돼버린 상황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카페 등 유통업계에서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서 고객의 불안함과 직원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회용품과 일회용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진단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의사, 공중보건·식품 안전 분야 전문가 등 115명은 지난해 성명을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이 다회용보다 더 안전한 것이 아니고, 버려진 일회용품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추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오히려 다회용품은 쉽게 세척할 수 있어 안전하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척과 소독, 건조를 제대로 하기만 한다면 다회용 컵도 충분히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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