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12건 → 2020년 1705건
산재사망 90%가 하청 근로자
‘죽음의 외주화’ 여전히 심각

대규모 공사 수주 건설사로 꼽히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원·하청업체에서 최근 4년간 산업재해 발생 건수가 2배나 증가하고 산재 사망자 수도 별로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사고 유형별로 추락, 부딪힘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은 경우였다. 공사가 하청업체로 내려갈수록 안전감독이 부실한 건설현장의 폐해가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이 맡은 공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그러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관리감독해야 할 당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 산재 사망자 절반 감축 등 산업안전 강화를 약속한 문재인정부의 공약을 무색케 한다.
14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지에스건설을 비롯한 국내 10대 건설사 원·하청업체에서의 산재는 2017년 812건에서 해마다 크게 늘더니 지난해 1705건으로 2.1배 정도나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862건으로 이미 문재인정부 임기 첫해 산재 발생 건수를 넘겼다. 이들 기업 관련 산재 사망자도 2017년 39명에서 2018년 44명, 2019년 39명, 지난해 36명으로 별로 차이가 없다. 지난 4월 대우건설이 맡은 부산 해운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에서 이동식 크레인에 50대 근로자가 끼여 숨지는 등 올해도 산재 사망사고가 잇따라 상반기에만 17건을 기록했다.
10대 건설사 원·하청업체의 산재사고 내역을 들여다보면 대다수가 작업수칙을 위반해 생긴 후진국형 ‘인재’였다. 사업장 안팎 교통사고나 현장 행사, 근로자 간 폭력 사태 등 작업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재해는 매해 전체의 1% 내외인 8~19건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하청 근로자 수는 늘어난 반면 원청의 현장 관리·감독여건이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인건비를 기초로 부과된 10대 건설사 원·하청 산재보험료 징수 현황을 보면 2017년 2768억원에서 지난해 3820억원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고용부의 최근 3년간 재해조사의견서에도 공사규모 120억원 이상의 건설현장에서 산재사고 사망자의 약 90%는 하청근로자로 조사됐다. 임이자 의원은 “산업현장에서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어 당국의 안전분야 투자 확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산재 방지 차원의 안전수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준수하지 않으면 ‘공염불’이라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건설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선 갈수록 안전보건 관리비용이 축소돼 안전수칙을 지키기 어려운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반면 천지선 법무법인 마중 변호사는 “정부 차원의 감독을 강화하고 관계 법령을 정비했더라면 근로자가 이렇게 많이 죽어나갔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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