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0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갚지 못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헝다(에버그란데)의 협력사마저 만기 채권 상환을 하지 못해 연쇄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일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헝다 협력사인 홍콩 쥐샹이 발행한 2억6000만달러(약 3100억원) 규모의 달러 채권 만기가 지난 4일 도래했지만 상환을 하지 못했다. 쥐상은 헝다의 공동 경영 업체로 헝다 자회사인 헝다부동산이 일부 지분을 갖고 있다. 헝다는 쥐상이 발행한 이 채권의 보증을 섰다.
계약서상으로 이 사모 달러 채권은 다른 공모 달러 채권과 달리 금융시스템 장애 등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유예 기간을 따로 두지 않는다.
이 채권 관계인은 차이신에 “헝다가 끝내 상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며 “채권자와 헝다 간 소통이 줄곧 원활치 않다”고 밝혔다.
앞서 헝다는 지난달 23일과 29일 각각 예정된 달러 채권 이자 8350만달러(약 996억원), 4750만달러(약 557억원)를 지급하지 못한 상태다. 해당 채권들은 30일간의 유예 기간이 있는 공모 채권들이어서 헝다가 공식적으로 디폴트를 낸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채권자와 헝다 측이 공식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유예기간이 없는 상황이어서 실질적으로 디폴트 상태에 빠진 것이다.
채권자들은 8일 헝다 측에 채무 상환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보내는 한편 별도로 내용증명도 송부할 예정이다.
홍콩 관계 법령에 따르면 채무자가 내용증명을 받고도 21일 이내에 빚을 갚지 못하면 채권자는 일부라도 채권을 강제 회수하기 위해 파산 신청을 할 수 있다.
헝다의 전체 부채는 위안화로 약 2조 위안(약 370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대부분은 중국 본토에서 조달한 것이다.
역외에서 발행한 달러 채권은 공모 채권이 10건에 걸쳐 142억 달러(약 17조원), 사모 채권이 6건에 걸쳐 20억 달러(약 2조4천억원) 규모다.
10건의 공모 달러 채권의 계약서에는 헝다나 그 계열사가 2000만 달러 이상의 부채를 상환치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해당 채권 역시 교차 디폴트가 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헝다가 부동산 관리 사업 계열사인 헝다물업 지분 51%를 약 400억홍콩달러(약 6조1000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만약 거래가 성사되면 헝다가 쥐샹 채권부터 상환하면서 최악의 연쇄 디폴트 사태를 피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히 있다. 헝다가 헝다물업을 다른 부동산 개발 업체인 허성촹잔에 매각한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 4일부터 홍콩 증시에서 헝다 주식은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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