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민관공동개발 사업으로 특혜 의혹이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8일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이익 불완전 환수 논란에 대해 이유 불문하고 사과한다면서도, 대장동 개발 참여 민간업자의 과다 수익 논란의 원인으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을 꼽았다. 대장동 의혹 제기의 중심에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를 향해선 “제 발등 찍는 헛고생 계속해달라”며 비난을 쏟아내는 동시에 결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5500여자, 원고지 27페이지가 넘는 글을 올리며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대장동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정치권 블랙홀로 떠오른 대장동 의혹에 대한 생각을 펼쳤다.
이 후보는 “어떤 이유든 개발이익 불완전 환수로 국민께 상심 드린 점,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추진 당시 성남시의회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성남시의 개발이익 환수를 막아섰다고 설명하며 “개발이익 독식을 막으려 나름 혼신을 다했지만 제도의 한계와 국민의힘 방해로 역부족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공직자가 마귀에 오염되지 않도록 살피고 또 살폈지만 부족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의 사과는 앞서 야권과 민주당 일각에서 ‘이재명 최측근’으로 규정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된 뒤 관리자로서의 제한적 책임을 인정한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입장 표명으로 읽힌다. 대장동 논란이 커지면서 ‘알았으면 공범, 몰랐으면 무능’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자, 관리자 책임을 넘어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을 인정하며 여론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화천대유 등 대장동 사업 참여 민간사업자의 이익이 과도하다는 비판에는 “예상 못 한 집값 폭등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지적했다. 이 후보는 “2018년 이후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아 1800억원으로 예상된 민간사업자 이익이 4000억원대로 늘어난 것뿐”이라며 “저는 2018년 3월 성남시장을 사퇴했는데 그 이후 집값 상승에 대비해 분양가를 통제하거나 추가적인 개발이익 환수는 저의 권한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직접 민간업자 과다 수익 논란의 배경으로 현 정부 부동산 실패를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후보의 대응 기류에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캠프에선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과다 배당은 부동산 시장이 급변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부동산값 폭등이 문재인 정부 최대 실정으로 거론되는 만큼 직접적인 언급은 피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캠프 고위직 인사들이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집값 폭등을 거론하며 우회적으로 현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데 이어 이날 이 후보가 직접 부동산 정책 실패를 언급한 것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의 연이은 과반 승리로 본선 티켓을 코앞에 둔 만큼, 막바지에 이른 경선보단 향후 본선에 대비하기 위해 현 정부와 각 세우기에 나서며 중도층 외연 확장을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청렴의무 위반을 들어 개발이익 전액 환수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사업자들이 청렴 서약을 어기고 공직자에게 뇌물을 주었다고 한다. 잘 됐다”며 “지방공기업법에 의거해 경기도는 성남시와 성남도시공사에 ‘청렴의무 위반’에 따른 배당금 지급 동결 및 기지급 배당금 환수조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야권의 대장동 공세를 ‘제 발등 찍기’로 규정하며 ‘토건비리 정치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을 향해 “라이트형제가 비행기 설계한 게 알카에다의 9·11 폭발테러 설계가 될 수는 없다”며 “도둑이 경비원보고 ‘도둑을 완벽하게 못 막았다’고 비난하는 건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100% 환수 공공개발을 막은 것도, 민간업자 참여를 강요한 것도, 민간업자 이익을 나눠 가진 것도 국민의힘”이라며 “장물 나눠 가진 자가 도둑이고, 이익 본 자가 범인”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를 향해 “님들께서 우중농성 도보행진하며 선동해도 ‘내부자들’ 속 미개인이 아닌 국민은 이 사건이 ‘국민의힘 게이트’ ‘이재명의 최대 치적’임을 금방 파악하신다”며 “이번 대선 끝날 때까지 제 발등 찍기 계속해주시기 바란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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