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濠·러·中·印 정상과 이미 통화
“순서 연기로 ‘저자세’ 우려 불식”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31일로 예정된 중의원(하원) 총선을 의식해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를 후순위로 미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4일 취임 후 미국(5일), 호주(5일), 러시아(7일), 중국(8일), 인도(8일) 정상과 통화했음을 거론한 뒤 “한국은 1라운드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때는 전화 협의를 미국·호주부터 시작해 그 나흘 후에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고 했다.
이어 “일본 외무성과 총리관저는 애초부터 ‘조기에 (전화통화를) 실시하는 국가 그룹에 한국을 포함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같이했다”며 “한국을 뒤로 돌리는 것은 이번 달 31일로 다가온 중의원 선거를 의식한 면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자민당 지지층의 하나인 보수층에서는 총리가 중국이나 한국에 ‘약한 태도를 취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파벌) 굉지회(宏池會)가 전통적으로 주변국과의 관계를 중시해 외교노선에서도 온건하게 보이기 때문”이라며 “한국과의 협의 순서를 연기함으로써 이런 견해를 불식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동맹인 미국, 준동맹관계로 불리는 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쿼드 정상과 우선 전화통화를 함으로써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추진 의지를 대외에 부각했다.
기시다 총리는 향후 1개월 동안 10개국 이상의 정상과 전화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11일 TV도쿄 방송에 출연해 첫 대면 회담을 하고 싶은 정상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꼽기도 했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12일 참의원(상원) 대표 질의응답에서 위헌 논란이 있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 문제와 관련해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일본) 주변에선 극초음속 활공 무기와 변칙 궤도로 비행하는 미사일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상황에 근거해 정부로서는 더 효과적인 조치를 포함해 미사일 방어 능력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하고 싶다”고 했다.
적기지 공격 능력은 일본 헌법 제9조에 기반을 둔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에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