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정상급 인기 유지 속
‘마이네임’, 아시아국가서 1~2위 질주
막 내린 ‘갯마을 차차차’도 인기 여전
‘한드’ 위력에 亞콘텐츠 선호도 2배↑
美콘텐츠, 5%포인트 떨어져 대조적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러 넷플릭스에 로그인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마이네임’, ‘갯마을 차차차’가 글로벌 OTT플랫폼 넷플릭스의 TV쇼 부문 세계 톱10 안에 동시에 드는가 하면 ‘한드’(한국 드라마)의 위력으로 넷플릭스에서 아시아 콘텐츠 선호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네임·갯차까지 톱10개 중 3개가 ‘한드’
‘오징어 게임’이 세계 최대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정상급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물 ‘마이네임’과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가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세 드라마가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 대열을 유지하며 국제적 선호 콘텐츠를 향해 가는 K-드라마 위상을 증명하고 있다.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현지시간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영화를 제외한 TV쇼 부문 순위에서 ‘오징어 게임’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배포 이틀 만에 3위까지 올랐던 ‘마이네임’은 7위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홍콩, 말레이시아,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한국, 대만, 태국, 베트남에서 1위 유지하고 있고 카타르와 필리핀, 오만, 인도네시아, 일본에서 2위를 차지했다.
‘갯마을 차차차’는 국내에서 종영한 지 2주가 넘었음에도 수일간 톱10에 들어 있다가 이날 11위로 내려왔다. 28개 국가에서 최소 1일, 최대 63일간 톱10에 랭크됐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1위를, 훙콩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2위를 차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 콘텐츠 산업의 절대강자 미국이 톱10를 독식하다시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변화다.
출연 배우들도 단번에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스타로 발돋움했다. 정극 연기에 처음 도전한 모델 출신 배우 정호연은 ‘오징어 게임’ 출연 후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2296만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갯마을 차차차’의 김선호 역시 777만명, ‘마이네임’의 한소희가 647만명으로 급증했다.
◆‘한드’덕? 넷플릭스, OTT 선두주자 증명
‘한드’ 위력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플릭스 패트롤은 지난달 29일 OTT 플랫폼 가운데 넷플릭스가 로컬 콘텐츠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 콘텐츠 인기가 급증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4분기에 내놓은 지역별 선호도 수치를 보면, 넷플릭스에서 미국 콘텐츠 선호도가 64.9%로 제일 높고 유럽 18.3%, 아시아 10.3%, 라틴아메리카 4.3%, 아프리카 1.1% 순이었다. 플릭스 패트롤은 “1년 후 이 수치는 달라졌다. 미국 콘텐츠는 5%포인트 떨어지고 아시아가 두배가 됐다”며 주목했다.
최근 미국 콘텐츠 선호도는 59.5%, 아시아 20.4%, 유럽 13.5%, 라틴아메리카 4.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국 콘텐츠 소비율을 보면 미국이 76.71%로 가장 높았고, 한국이 50.12%로 그 뒤를 이었다. 세계적 히트를 친 아시아 콘텐츠가 ‘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한 한국 콘텐츠임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플릭스 패트롤의 분석에서 넷플릭스의 전략은 미국 OTT 업계에 지침처럼 제시됐다. 플릭스 패트롤은 “특히 넷플릭스의 다른 라이벌들과 비교해도 충격적인 차이”라고 주목하면서 다른 OTT업체의 빈약한 아시아 콘텐츠 점유율을 지적했다. 이 매체는 “HBO의 경우 미국 콘텐츠 점유율이 80.4%, 아시아 0.8%의 비율을 보이고 있고, 아마존은 미국 64.4%, 아시아 7.5%, 디즈니플러스는 미국은 놀랍게도 94.9%인 반면 아시아 콘텐츠는 ‘제로’에 가깝다”며 “로컬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장 먼저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넷플릭스가 OTT업계의 선구자”라고 지적했다.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혜원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글로컬 콘텐츠’를 향한 한국 문화산업의 노력은 1990년대 ‘난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며 “가령 아시아 국가 중 일본만 하더라도 자기들만의 장르나 시장 안에서도 어느 정도 먹고살 수 있었지만, 한국은 시장이 작아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상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강 평론가는 “최근 20∼30년 동안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퀄리티의 콘텐츠를 만들고자 애써온 시도의 결실인 셈”이라며 “이제는 콘텐츠 생산자·창작자의 이익이나 산업 종사자들의 노동조건 등의 측면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나감으로써 콘텐츠 생산 기반을 지속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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