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 3배 ↑… 다주택자 47% 부담
토지분 포함땐 첫 100만명 돌파
다주택자들 집 매도 대신 증여 늘어
거래절벽 → 전셋값 상승 악순환 우려
전문가들 “1주택자는 종부세 폐지
양도세 낮춰 퇴로 만들어줘야” 지적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자가 지난해보다 42% 늘어 95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정치권 등에서 예상했던 수준(80만명)을 크게 웃도는 규모로, 그만큼 부동산 가격 폭등과 종부세율 인상 여파가 컸다는 의미다. 대상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세액도 지난해보다 3배가량 증가한 5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22일부터 국세청이 이 같은 내용의 주택분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한다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주택분 종부세는 94만7000명에 대해 5조7000억원의 세액이 부과됐다. 다만 납세자의 합산배제 신고 등에 따라 최종 결정세액은 고지 세액보다 10% 정도 줄어든 5조1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지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보다 인원은 28만명 늘었고, 고지 세액은 3조9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토지분 종부세까지 고려하면 올해 종부세를 내는 인원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고지 인원 중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51.2%(48만5000명)로 이들이 부담하는 세액은 전체의 47.4%(2조7000억원)다. 종부세 고지를 받은 다주택자는 지난해 35만5000명에서 13만명 늘었다. 이들의 세액도 9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 증가했다. 다주택자가 내는 종부세 총액이 지난해에 평균 3배에 달하는 셈이다.
다주택자 중 85.6%(41만5000명)인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나 3주택 이상자가 다주택자 세액 2조7000억원 중 96.4%(2조6000억원)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지역인 서울 강남구에 시가 26억원의 아파트 1채와 시가 27억원의 주택 1채를 보유한 사람의 경우 올해 5869만원의 종부세를 부과받았다.
1가구 1주택자는 다주택자나 법인만큼 부담이 급증하지는 않았으나 종부세 고지 인원과 세액이 모두 늘었다. 1가구 1주택자는 고지 인원의 13.9%(13만2000명)로, 이들은 고지 세액의 3.5%(2000억원)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원은 지난해 12만명보다 1만2000명 늘었고, 세액은 지난해(1200억원)보다 800억원 증가했다.
올해에 지난해보다 인원과 세액 모두 급증한 종부세가 고지된 것은 주택가격, 공시가격 현실화율, 공정시장가액비율, 종부세율이 일제히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3개월 전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를 76만5000명으로 추정했는데 이를 훌쩍 넘어섰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 국민의 98%는 고지서를 받지 않는다”며 “일각에서는 전 국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 또는 가구 기준으로 과세 대상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종부세는 인별 과세체계이므로 인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세부담 세입자에 전가 연쇄 파동… 서민 주거불안 ‘부메랑’
올해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22일 발송되기 시작한 가운데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늘어난 세 부담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오를 줄은 몰랐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정부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전 국민의 2%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종부세 인상의 파급효과가 고스란히 서민층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터넷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이날 홈택스 등을 통해 종부세 납부액을 미리 확인한 납세자들의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수도권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지난해 170만원이었던 종부세가 올해는 500만원 정도로 늘었다”면서 “내년에 공시지가가 더 많이 오른다는데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종부세가 130배 늘었다는 사례도 있다. B씨는 “서울 동북부에 공시가격 5억원짜리 주택 1채를 내 명의로, 1채는 공시가격 6억원짜리 주택을 부부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며 “지난해 1만원이던 종부세가 올해는 130만원, 농어촌특별세까지 합해 160만원이 나왔다”고 했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정부 당시 부의 재분배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됐지만, 애초의 정책 목표와 다르게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상된 종부세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을 것으란 기대와 달리, 세금을 내면서 버티거나 자녀 등에게 증여하는 우회로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6만3054건에 달한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9월(6만5574건)에는 못 미치지만,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2위 기록이다. 올해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경기는 1∼9월 아파트 증여 건수가 2만1041건으로,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기록(1만8555건)을 넘어섰다. 서울의 경우에도 증여 건수는 감소했지만, 전체 소유권 이전 건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2%에서 올해 14.0%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다주택자의 절세 방안으로 증여가 인기를 끌면서 증여세에 부담을 느껴 매물을 내놓는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
종부세를 비롯한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 시행과 맞물려 기존 계약에서 올리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신규 계약 때 한꺼번에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39.9%로 전년 대비 9.8%포인트 증가했다. 월세 비중이 늘어난 만큼 전세 매물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전세 수요자의 숫자는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전세난을 부추기는 구조가 됐다. 종부세 인상이 아파트 매매시장의 거래절벽과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인 셈이다.
결국 종부세 인상이 정부가 당초 기대했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양도소득세 인하나 1주택자·고령자 종부세 폐지 등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가 올라도 증여를 하거나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며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외에도 재산세나 건강보험 등 각종 세금이 같이 올랐기 때문에 정부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2%라고 하지만 실제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낮춰주는 식으로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집주인들은 내년에도 계속 버틸 것이고, 세입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 20억대 2주택자 6000만원 육박… 25억원 이하 1주택자는 평균 50만원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에 시가 30억원대 아파트 1채를 보유한 1세대 1주택자의 세액은 300만원 수준인 것에 비해, 강남구에 시가 20억원대 아파트와 주택을 1채씩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세액은 6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종부세와 관련한 기획재정부의 22일 설명을 토대로 주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1세대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어느 정도인가.
“시가 약 16억원(공시가격 11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과세 대상은 지난해 12만명에서 올해 13만2000명으로 1만2000명(10%) 늘었고, 세액도 12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800억원 증가했다. 전체 1세대 1주택자 가운데 72.5%인 시가 25억원(공시가격 17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의 세액은 평균 50만원 수준이다.”
―공시가격이 오른 만큼 세 부담도 비례해 늘어나나.
“지난해 해당 주택에 부과된 주택에 대한 총세액상당액(재산세 + 종부세)의 3배, 2주택 이하(조정 2주택 제외)의 경우 1.5배의 세부담상한이 적용돼 일정 수준 이상은 늘어나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의 시가 35억9000만원(공시가격 25억1000만원) 아파트를 보유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올해 산출 세액은 679만원이지만 세부담상한 1.5배가 적용돼 최종 세액은 296만원이 된다.”
―실거주 목적인 1세대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줘야 하지 않나.
“1세대 1주택자는 고령자 및 장기보유 공제가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서울 강남의 시가 26억원(공시가격 18억2000만원) 주택의 경우 세액공제가 없으면 올해 종부세는 352만원으로 지난해(296만원)보다 56만원 늘어나지만, 최대 80% 세액공제가 적용되면 70만원으로 오히려 지난해(89만원)보다 19만원 감소한다.”
―다주택자와 법인의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났나.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세액 5조7000억원 가운데 다주택자(48만5000명, 2조7000억원)와 법인(6만2000명, 2조3000억원)이 88.9%로 세액의 대부분을 부담한다. 지난해보다 늘어난 주택분 종부세액(3조9000억원)도 다주택자(1조8000억원) 및 법인(1조8000억원)이 91.8%를 부담한다.”
―‘종부세 폭탄’ 얘기가 나올 만큼 세부담이 급증하는 사례도 예상되는데.
“2주택 이상(조정 2주택 포함) 고액 부동산 보유자는 실거주 목적 보유로 보기 어렵다. 다주택자 중 3주택 이상자(조정 2주택 포함)가 85.6%(41만5000명)이며, 이들이 다주택자 세액 중 96.4%(2조6000억원)를 부담한다. 서울 양천구의 시가 14억원(공시가격 9억8000만원) 아파트와 경북 상주의 시가 2300만원(공시가격 1600만원) 주택을 보유한 일반 2주택 보유자의 세액은 181만원이다. 그러나 조정대상지역인 서울 강남구의 시가 26억원(공시가격 18억원) 아파트와 시가 27억원(공시가격 19억원) 주택을 보유한 사람의 세액은 5869만원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