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출범하는 윤석열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자 올해 두 번째 추경안이 이번 주 후반 공개된다. 전체 34조∼36조원 규모로, 소상공인·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피해지원과 손실보상제 강화 및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성 지원 등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하는 고물가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의 생활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온전한 손실보상’ 尹정부 첫 추경 이번 주 후반 공개…35조원 안팎
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번 주 후반 35조원대 안팎의 2차 추경을 발표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주 후반 (추경) 발표예정인 것은 맞다”면서 “다만 최종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추경은) 30조원보다 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추경에는 지난달 인수위가 밝힌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구체화한 정부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우선 소상공인 지원은 피해 규모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 지급되는 방식이 유력하다.
앞서 인수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이후 2020∼2021년 2년간 방역조치로 소상공인·소기업 전체 551만곳의 영업이익이 약 54조원 감소했다고 추정한 바 있다. 그간 새희망자금 등 소상공인들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31조6000억원), 손실보상금(3조5000억원) 등 35조1000억원이 지급된 만큼 모자란 보상분 약 19조원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년간 손실 규모가 3000만원인 소상공인이 지금까지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금을 합쳐 모두 2500만원 받았다면 부족한 500만원을 이번에 피해지원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손실을 충분히 보상하기 위해 손실보상제도 보정률을 현행 90%에서 100%로 올리고, 하한액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된다. 소상공인이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받은 대출을 은행 대출로 전환해 금리 부담을 줄여주고, 은행권 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소상공인이 갚기 어려운 빚에 대해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채권을 매입해 정리하는 방식의 채무 재조정안도 추경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소상공인 지원과 함께 어떤 민생안정대책이 담길지도 주목된다. 그간 비슷한 규모로 편성됐던 2020년 3차(35조1000억원), 지난해 2차 추경(34조9000억원)에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프리랜서 등을 대상으로 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150만원, 법인택시 및 버스 기사 대상 80만원 한시지원 등이 포함된 바 있다. 이번 추경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취약계층 대상 민생안정 방안이 포함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법인택시·버스 기사 등 취약계층에 50만∼150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저소득층에 2인 가구 기준 월 20만원 정도의 현금성 소비쿠폰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추경 세부 내용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지난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3조3000억원, 특별회계 세계잉여금 2조5000억원 중 일부, 한국은행 잉여금 1조4000억원 등을 추경 재원에 활용할 방침이다. 지출 구조조정과 각종 기금의 여유 자금도 동원할 계획이다. 지난 2월까지 국세 수입이 전년 대비 12조2000억원 정도 늘어난 만큼 세입을 높여 잡는 세입경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힐 수도 있어 일부 적자 국채 발행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2금융권 찾고, 세네 군데서 대출받는 20대
대표적인 금융취약계층인 20대의 가계대출이 질적으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부채 규모가 늘어난 가운데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가 겹치며 제2금융권으로 밀려난 셈이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20대의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1462억원(0.2%) 줄어든 95조665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은행권 20대 대출이 이 기간 4192억원(0.6%)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반면, 제2금융권의 20대 가계대출 잔액은 3개월 새 2729억원(1.0%) 늘어난 26조8316억원으로, 은행권과 달리 올해 들어서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제2금융권의 전 연령대 가계대출이 0.4%(3조3367억원) 늘어난 것보다 증가세가 더 가팔랐다.
3개 이상 기관(대부업 포함)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20대는 같은 기간 36만9000명에서 37만4000명으로 5000명 늘었다. 20대 다중채무자 대출금액은 3월 말 기준 23조2814억원으로, 3개월 새 2289억원(1.0%) 증가했다. 반면, 전 연령대의 다중채무자는 올해 들어 3월까지 5000명 감소했고, 대출금액도 2조5927억원(0.4%) 줄었다.
진 의원은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가 회복도 하기 전에 금리가 급격히 올라 사회초년생인 20대 청년의 빚 부담이 과도하게 늘었다”며 “청년의 2금융권 대출과 다중채무를 관리할 수 있는 송곳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시중은행 줄고 인터넷은행 늘었다…4개월 연속
올해 들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계속해서 부진했던 것과 달리 인터넷 전문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4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3사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합계는 37조2718억원으로, 3월 말(36조1439억원)보다 1조1279억원 증가했다. 지난 1월(1조1916억원), 2월(6580억원), 3월(8114억원)에 이어 4개월 연속 늘어난 것이다.
인터넷은행의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이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을 늘리겠다는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 위주의 보수적인 대출영업을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잔액 비중 목표로 케이뱅크 21.5%, 카카오뱅크 20.8%, 토스뱅크 34.9%를 제시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까지 각각 17.0%, 16.6%를 기록해 목표치에 미달했지만, 올해는 이 비중을 끌어올려 최근 20%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23.9%였던 토스뱅크는 최근 33%대까지 끌어올렸다.
또 인터넷은행이 ‘첫 달 이자 지원’ 등의 행사를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제2금융권 중·저신용자들이 대출을 갈아탄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이 올해 들어 여신 포트폴리오를 본격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인 점도 성장 요인이다.
이와 달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넉 달째 뒷걸음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3917억원으로, 3월 말(703조1937억원)보다 8020억원 줄면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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