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물 폐기요건 갖춰야. 보완수사 하라”
8세 남자아이가 하교 중 아파트 단지 내에서 목줄이 풀린 개에 물려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이 신청했던 ‘사고견 안락사’를 검찰이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 경찰에 따르면 울산 울주경찰서는 최근 검찰에 압수품인 사고견을 폐기 처분(살처분)하도록 해달라고 울산지검에 지휘를 요청했지만, 검찰이 ‘보완사항에 대한 수사와 검토를 진행한 후 압수물 폐기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할 때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다시 지휘받기를 바란다’라며 ‘보완 수사 지휘’를 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헌법재판소가 ‘압수물은 피압수자의 기본권에 중대한 제약을 가져오므로 엄격히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위험 발생의 염려가 있는 압수물’은 ‘폭발물, 유독물질 등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재산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물건으로 보관 자체가 대단히 위험해 종국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보관하기 매우 곤란한 압수물을 의미한다’라며 제한적으로 해석했다며 두 가지를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압수물인 사고견은 비록 사람을 물어 중한 상해를 야기했더라도 위험 발생 염려가 있는 압수물에 해당하는지 의문이고, 지금까지 수사된 내용만으로는 위험 발생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탐문 등 보완 수사를 통해 해당 사고견이 보관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간접자료를 추가로 확보한 뒤 압수물 폐기 여부를 다시 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경찰에 회신했다고 한다.
결국 경찰이 사고견을 안락사 하려면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쳤거나 그런 가능성을 보인 사례 등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경찰은 폐쇄회로(CC) TV 영상 등 자료를 토대로 사고견의 공격성 등을 볼 때 안락사 처분이 필요하다고 판단, 보강 수사를 진행한 뒤 폐기처분 재지휘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영상을 보면 사고견은 흡사 맹수가 먹잇감을 사냥하는 것처럼 집요하게 아이를 공격한다”라면서 “안락사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보고 관련 수사와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 믹스견’으로 알려진 사고견은 지난 11일 오후 1시20분쯤 울산시 울주군 한 아파트 단지 안을 돌아다니다 만난 A(8)군에게 달려들어 목 부위 등을 물었다. 당시 A군은 가방을 매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A군은 필사적으로 도망가지만 이내 개에게 물려 넘어졌고, 개는 넘어져 축 늘어진 아이의 목 부위를 무는 등 2분 넘도록 공격했다.
이 모습을 목격한 택배기사가 자신을 손수레를 휘두르자 개는 A군에게서 떨어졌다.
이후 택배기사는 쓰러져 있던 A군의 몸을 일으켜 집으로 향하려 하지만, A군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여러 차례 바닥에 쓰러졌다. A군은 목과 팔다리 등에 봉합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상처 부위가 꽤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견주는 아파트 인근에 거주하는 7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견주를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아이를 구한 택배기사는 ‘비디오머그’에 출연해 “애가 완전히 대(大)자로 뻗어서 온몸에 피가 흐르는데 시커먼 개가 애 몸을 물고 흔들고 있었다”면서 “개가 물어뜯는 게 아니고 진짜 잡아먹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A군의 부친은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보도됐는데 생명에 지장이 있다”며 “목을 자근자근 다 씹어놨다. 택배기사 아니었으면 현장 즉사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개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는 해당 사건 현장 CC TV 갈무리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뒤 “가슴이 너무 아프다”라는 짤막한 글을 남겼다.
그는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시 야산에서 50대 주민이 대형견에 물려 사망했을 당시 방송에 나와 “저와 같은 훈련사나 관련 직책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식으로 개를 키운다면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반려견과 외출 시 반드시 목줄을 착용해야 하며 맹견의 경우 입마개도 꼭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당시 그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 절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심판하거나 생각을 결정하지 않아야 한다. 절대 대중이나 언론의 비위를 맞춰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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