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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 2010년 수준… 저평가 아냐”

입력 : 2022-09-26 20:00:00 수정 : 2022-09-26 21: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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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 “과거와 달라” 불안 차단에도
한·미 금리격차 확대 등 곳곳 비상등
전문가 “韓銀 비상금통위 필요” 주문

원·달러 환율이 1430원까지 돌파했지만 원화의 실질 가치는 지난달 기준으로 아직 저평가 국면에 진입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등 과거와 달리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외환 당국의 메시지도 이런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올해 말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무역수지 적자 장기화 등 실물부문의 충격이 원화 가치를 추가로 떨어뜨릴 수 있어 외환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30원을 돌파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26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8월 100.21(2010년=100)을 기록했다. 한국의 원화 가치가 지난달까지는 2010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와 비교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환율이다. 100을 넘으면 기준 연도 대비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달 일본(59.86)과 독일(93.97), 프랑스(88.88) 등은 모두 기준 연도를 밑돌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8월 중순 이후 미국·유럽의 통화 긴축 강도 강화 기대,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으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졌다”면서도 “다만 원·달러 환율 상승이 주로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른 것으로, 올해 원화 절하 폭은 주요국 통화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미 통화스와프(원화와 달러의 맞교환) 관련 질의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이 얘기하듯 ‘정보 교환’이 있다”면서도 “이론적으로는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 불안을 달래는 용도로 논의가 있을 뿐 대외채권 규모 등을 고려하면 불안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낙관론’은 금물이다. 9월 1350원대로 시작했던 원화 가치는 지난 22일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뚫은 뒤 이날 1430원마저 돌파해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아울러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 양국 간 기준금리 차이는 0.75%포인트인데, 미국 연준이 올해 말까지 한 번의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비롯해 1.25%포인트 올리고 한은이 남은 두 번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 0.5%포인트 인상)과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경우 양국 간 기준금리 격차는 1.25%포인트로 더 커진다.

 

환차익을 노린 투기적 수요도 꿈틀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투기적 거래에 주로 이용되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순매입 규모가 60억8000만달러(잠정치)에 달했다. 게다가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확실한 상황이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1997년 외환위기 때는 금을 모아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국물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 사기에 바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은은 즉각 비상 금통위를 열어야 하고, 정부는 일반정부가 갖고 있는 순채무의 만기를 점검하는 등 외환 수급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김준영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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