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한국과 우루과이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경기가 치러진 24일 밤 광화문 일대에 초겨울 추위는 없었다. 오랜만의 거리 응원에 1만5000여명의 군중이 모여 승패에 상관없이 열띤 응원을 펼쳤다.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시민들은 한국팀의 선전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가나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태원 압사 참사’를 의식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통제로 큰 혼잡은 없었다.
거리 응원을 주최한 붉은악마는 이날 광화문광장 북측 육조 광장에 메인 무대를 마련했다. 메인 무대에는 조명과 대형 스피커가 설치됐다. 이와 별도로 남쪽 방향으로 각각 130m, 270m 떨어진 지점에 2대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많은 인원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경찰 또한 철제 펜스로 광장을 5개 섹터로 나누었다. 섹터별로 밀집도를 철저히 통제한 탓에 응원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 오후 7시쯤 1~3섹터는 가득 찼다. 제일 뒷쪽에 마련된 5섹터 또한 오후 8시30분쯤 관중들로 채워졌다. 오후 9시 밴드 트랜스픽션의 공연이 시작되자, 광장 일대는 서서히 열기가 달아오르며 인기 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빨갛게 빛나는 발광다이오드(LED) 머리띠를 쓰고 준비해 온 응원도구를 흔들었다. 사상 초유의 ‘겨울 월드컵’답게 패딩 점퍼를 입고 있거나, 담요를 둘러 쓴 이들이 많았다. 주최 측의 통제에 따라 대부분이 행과 열을 맞춰 자리에 앉은 채 응원에 나서 예상보다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후반전 들어서 기온은 10도 밑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더 많았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시기에 열리는 대규모 행사에, 경찰과 소방도 바짝 긴장했다. 이날 현장에는 안전관리를 위한 경찰관 150명과 기동대 8개 중대, 경찰특공대 18명 등 730여명을 배치했다. 서울시 측은 276명, 붉은악마 측은 341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해 질서 유지를 도왔다. 서울시는 또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소방차 13대와 소방인력 62명을 투입했고, 의료지원반도 운영했다.
경찰은 펜스로 관람석과 통행로를 철저히 구분하는 한편, 통행로 곳곳에 서서 군중들의 일방통행을 유도했다. 스크린을 구경하기 위해 통행로 복판에 멈춰서면 이동을 유도해 정체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경기 시간이 다가오면서 더 많은 인원이 몰리자, 경찰은 인도와 인접한 도로 2개 차선을 비우고 응원 인파가 자리잡도록 했다.
응원에 나선 시민들은 참사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면서도 오랜만의 거리 응원에 대한 즐거움을 숨기지 못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광장을 찾은 이현규(32)씨는 “얼마 전 참사가 있었던 만큼 오기 전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질서 유지에 나선 모습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공혜솔(23)씨는 “지방에 살다가 서울에 올라왔는데 마침 거리 응원이 있다고 해서 광장을 찾았다”며 “생각보다 관중석 사이의 밀집도가 높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행사가 종료할 때까지 광화문광장과 가장 인접한 세종문화회관 정류소를 임시 폐쇄하고, 해당 정류소를 경유하는 버스는 무정차 통과시켰다. 경기가 끝날 때쯤인 오후 11시30분쯤부터는 광장과 인접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를 폐쇄했다.
경찰 또한 응원이 끝난 뒤에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며 벌어질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섹터별로 퇴장로를 구분하는 한편, 경기 종료 후 뒤풀이 인파가 몰릴 수 있는 인근 유흥가에도 기동대를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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