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백지혁명’이라 불리는 반정부 시위가 대륙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당국의 ‘제로 코로나정책’ 항의에서 시작된 시위는 시진핑 주석 3연임 체제에 대한 불만과 반발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경제수도’ 상하이에서는 “시진핑 퇴진”, “독재 반대”와 같은 정치적 구호까지 등장했다. 중국이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가장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시위는 24일 신장위구르 우루무치에서 아파트 화재로 10명이 숨지는 사고에서 촉발됐다. 고강도 방역조치 탓에 화재 진압이 늦어져 참사로 이어졌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난 주말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우한 등 16개 지역과 베이징대, 칭화대 등 50개 대학에서 동시다발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들은 하얀 A4용지를 들어 보이는 ‘백지시위’를 벌였고 온라인 공간에서도 SNS 프로필 사진과 배경을 흰색으로 바꾸고 ‘백색혁명’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메시지를 적지 않아 검열을 피하면서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독재체제에 항거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과잉대응으로 치닫고 있는 건 걱정스럽다. 중국 당국은 지난 주말 주요 대도시에서 시위대를 무차별 연행한 데 이어 이번주 들어서도 검문강화·공안인력배치 등을 통해 원천봉쇄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시위현장을 취재하던 영국 BBC 기자가 현지 공안에 붙잡혀 구타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법이다.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시진핑 정권은 무력과 폭력으로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다가 유혈사태, 체제붕괴와 같은 큰 화를 자초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중국 당국이 국제인권법과 기준에 따라 시위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미 백악관이 폭력진압에 침묵하지 않을 뜻을 밝혔고 영국·독일 등 주요 서방국도 사상,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라고 경고했다.
우리도 중국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때다. ‘시황제’라 불리는 시 주석이 쉽사리 코로나19 봉쇄를 포기할 리 만무하다. 시위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질 공산이 크다. 특히 중국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데 경제 충격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가뜩이나 대중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이번 달에는 무려 30% 가까이 줄었다. 정부는 시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적절한 대응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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