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엊그제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데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했다. “(검찰이) 10년간 털어왔지만 어디 한 번 또 탈탈 털어보라”면서 “저는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 대표가 스스로 측근이라고 인정했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 전 실장까지 각종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도 사과는 못할망정 어떻게 이런 말이 나오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위례신도시 사업의 인허가 절차 등 편의를 제공해주는 대가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2억4000만원대의 뇌물을 받고, 대장동 투기 세력이 얻은 개발 이익 중 428억원을 김 전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나눠 받기로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이 대표와의 특수관계를 들었다. 검찰 공소장에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은 ‘정치적 동지’라고 적시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정치검찰의 끝없는 이재명 때리기”라면서 검찰 수사를 막무가내로 정치 보복으로 몰아가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측근 2명이 모두 기소된 만큼 이제 검찰 수사의 칼끝은 이 대표로 향할 수밖에 없다. 검찰의 이 대표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수사는 대장동 사업에서의 부패방지법 위반, 배임, 뇌물 혐의 등에서 이 대표의 공모 여부를 밝히는 데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특히 428억원 뇌물 약속 과정 등에서 이 대표가 승인이나 묵인했는지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대장동 개발업자인 남욱 변호사는 엊그제 대장동 재판에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핵심 공약이던 ‘성남 1공단 공원화’ 사업 이행을 위해 자신의 의사에 따라 대장동 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시장)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사업이 됐고 나중에 지분까지 갖고 가지 않았느냐”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공모 여부를 명명백백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 대표는 떳떳하다면 더 이상 민주당 뒤에 숨지 말고 당당히 수사에 협조해 결백을 밝히면 된다. 민주당도 이 대표 개인 비리 의혹에서 손을 떼야 한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제1 야당의 책무보다 ‘대표 방탄’을 우선한다면 공당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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