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만 제공받아… IRA 규제 피해
‘IRA 수혜’ 기대 韓 배터리업계 타격
미국 포드자동차가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 업체인 중국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와 협력해 미국 땅에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 미국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퇴출하려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법(정식명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를 교묘하게 피한 결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굳건한 입지 확인은 물론, 이 분야에서 탈(脫)중국 기치를 높이던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도전을 물리치기 어려운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IRA 덕에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득을 볼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 경쟁국 한국의 배터리 업계에도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포드는 CATL과 합작회사를 미시간주 마셜에 신설한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포드는 애초 멕시코와 캐나다에 배터리 공장 부지를 검토했지만,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IRA 여파로 미국 내 공장 건설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산 핵심광물 등 원료·소재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는 전기차를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했다.
포드는 IRA에 따라 배터리 공장을 국내에 건설하면서 중국 기업에 기술만 제공받는 새로운 기업 구조를 통해 법의 규제 우회를 시도한다. 포드가 기반시설과 건물 등 공장 지분 100%를 소유하고, CATL은 자본·인력 등의 직접 투자 없이 관련 기술만 제공하는 가장 느슨한 제휴 방식이다.
마린 자자 포드 전기차사업부문 최고소비자책임자(CCO)는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방식이 IRA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통의 자국 주력 자동차 메이커 포드의 중국과의 제휴 결정에 미국은 싫은 기색이다. 뉴욕타임스는 불과 25년 전만 해도 중국은 미국 자동차 회사들에 중국에 투자할 것을 간절히 요청했지만 이제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기업조차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자동차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중국에 필요한 기술을 요청해야 하는 시대로 상황이 역전됐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와 포드사가 이날 발표 행사에 바이든 대통령을 초청했으나 백악관이 이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앞서 포드는 CATL과 버지니아주에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주지사 반대로 입지를 변경했다. 공화당의 차기 대선주자 물망에 올라 있는 글렌 영킨 주지사는 “CATL은 세계 지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진 독재 정당인 중국 공산당의 ‘앞잡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CATL을 미국 자동차 산업 지원 정책을 훼손할 수 있는 ‘트로이 목마’라고 주장했다. 2026년부터 CATL 배터리는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된다. 전기차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단가를 낮춰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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