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래산업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15대 신성장 프로젝트 가동에 들어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신성장 4.0 전략 로드맵을 내놓았다. 신성장 4.0은 중장기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해온 것인데 올해 중 프로젝트별 30개 이상의 세부대책을 짠다고 한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반도체 불황에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복합위기까지 겹친 한국경제가 재도약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새 먹거리 사업의 성공신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로드맵에는 야심 찬 계획이 가득하다. 머지않아 한국판 챗GPT를 선보이고 4월에는 꿈의 원전이라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연구개발(R&D)에 착수한다. 3년 내 로봇배송, 그다음 해 드론을 통한 무인배송을 상용화하고 도심에서 하늘을 나는 새 이동수단도 등장한다. 2032년에는 달 착륙선이 발사된다. 하지만 ‘초일류국가’, ‘초격차 확보’ 등 구호만 요란한 채 백화점식 나열,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와 우려스럽다. 역대 정권도 창조경제·뉴딜정책처럼 신성장정책을 추진했다가 결국 흐지부지되지 않았나.
중요한 건 가시적 성과다. 과거 실패를 곱씹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올해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총 69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와 미래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는데 과연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는 와중에 기대만큼 민간의 투자가 따라와 줄지 미덥지 않다. 정부는 신성장전략에 맞춰 금융·인재·글로벌협력 등 인프라를 정비하겠다고도 했다. 정쟁으로 날을 새우는 국회나 낙후된 금융산업, 갈수록 심화하는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신성장 4.0 전략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보완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온 건 그나마 다행스럽다. 프로젝트가 기획단계부터 민간의 아이디어와 역량을 기반 삼아 짜인 만큼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 하지만 기업이 아무리 좋은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상업화하려 해도 그 여건과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예컨대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은 최소한 개발단계에서 항공안전, 보안, 공항시설법 등 얽히고설킨 관련법 정비가 필수다. 정부는 과감한 규제혁파와 전방위 지원에 나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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