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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부지 곳곳 산양 흔적…"공사 땐 서식지 단절"

입력 : 2023-03-24 06:00:00 수정 : 2023-03-23 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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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부지 가보니

끝청 하부~오색지구 정류장 건설
40년 찬반 논란 끝 조건부 승인

국내 유일 다섯 구역 ‘중첩 보호’
‘직경 70㎝’ 200년 된 잣나무 포함
분비나무 등 고산대 식물군락 다양
산양 300마리 터전… 삵·담비도
끝청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

지난달 27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건설이 조건부로 사실상 허가됐다. 강원 양양군이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신청한 지 40년 만이다. 그러나 설악산국립공원은 백두대간 보호지역,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등으로 중첩 지정된 환경보호구역인 만큼 환경훼손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녹색연합이 설악산에 설치해둔 카메라에 지난해 3월9일 찍힌 어미와 새끼 산양이 함께 있는 모습.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이 설악산에 설치해둔 카메라에 지난 17일 찍힌 산양 모습. 녹색연합 제공

세계일보 취재진은 지난 21일 녹색연합, 국립공원공단과 오색케이블카 건설이 예정된 노선을 동행 취재했다. 오색케이블카 건설은 설악산 끝청에서 고도가 약 200m가량 낮은 곳에 상부정류장을 설치하고 3.3㎞ 떨어진 양양군 오색지구에 하부정류장을 세우는 경로다. 기자는 당일 오전 6시30분 한계령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끝청까지 오른 뒤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 하산하는 경로로 11.1㎞를 이동했다. 케이블카 노선은 일반 탐방로와 거리가 떨어져 있어 발길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자연 생태나 야생동물 흔적을 더욱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날 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설악산에는 고지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설악산은 해발고도가 1500m가 넘는 고지대에 서식하는 아고산대 식물이 비교적 큰 규모를 유지하는데 그만큼 민감한 생태계이기도 하다. 잣나무는 1200m 전후 고지대 한랭한 기후에 서식하는 수종으로 금강산 등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지리산 천왕봉이나 덕유산 향적봉 부근에 드문드문 있지만 설악산에는 대청봉을 중심으로 직경이 70㎝까지 굵은 나무가 산에 띠를 이룰 정도로 발달했다. 상부정류장 부지에도 직경이 60㎝는 될 것으로 추정되는 잣나무가 있었다. 성인 남성이 양팔로 둘러 안을 수 없는 크기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고도가 높으면 나무가 천천히 자란다”며 “이 정도 직경이면 200년은 자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청에서 오색지구로 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산양 배설물.

사스래나무, 분비나무, 눈측백도 설악산에서 쉽게 보이는 북방계 식물이다. 사스래나무는 줄기가 하얗고 고도가 1100m를 넘는 곳에서 자라며, 분비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종 구상나무와 같이 소나무과로 모두 아고산대 식생의 대표종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이런 식생 구조는 설악산이 동아시아 대륙에서 최남단”이라며 “일본은 섬이라 아고산대 식생 규모나 생태계 특징이 우리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설악산은 비무장지대(DMZ) 다음으로 삵, 담비 등 많은 야생동물의 터전이기도 하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산양은 경북 울진 부근 산지와 설악산 등 고지대 산악지형에 산다. 2019년 기준 전국에 약 1300마리가 남았다고 추정된다. 설악산 권역에는 2019년 국립공원공단 전수조사 결과 260마리가 서식한다고 확인됐고 케이블카 예정지에서만 2016년 문화재청 조사 당시 56마리가 관찰됐다. 이날 탐방로 동행취재에서 산양의 배변흔적만 30여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위를 등지고 앞은 탁 트인 곳을 좋아하는 산양은 작은 소음에도 민감해 공사가 시작되면 서식지를 옮길 수밖에 없다.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케이블카 지주가 들어서는 자리는 성체가 새끼와 이동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는 산양의 핵심 서식지”라고 지적했다. 

상부정류장 예정지에 있는 바위와 잣나무. 이 나무는 성인 남성이 양팔을 벌려도 끌어안지 못할 정도로 크다.

환경부는 2019년 환경영향평가 당시 케이블카 설치에 부동의했지만 2020년 양양군이 낸 부동의 취소 청구를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인용하면서 ‘조건부 협의’ 의견을 통보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보완을 요구하면서 미진한 부분에 추가 조사를 지시하고 부족한 부분에 의견을 제시했다”며 “상부정류장 규모 축소 등을 제시한 상태”라고 밝혔다. 


글·사진=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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