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까. 국민의힘에서 나오는 저출산 관련 대책들에 꼭 들어맞는 속담이다. 국민의힘이 30살 이전에 자녀를 3명 이상 둔 남성의 병역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논란이 일자 그제 철회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당에서 공식적으로 검토된 게 아니라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추진 계획이 없다고 진화했다. 집권 여당에서 이렇게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정책이 저출산 대책으로 논의됐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30살 이전에 자녀를 낳는 건 고사하고 결혼조차 하기 힘든 현실을 알기나 하는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심각한 취업난, 집값 걱정 등에 결혼이 날이 갈수록 늦어지는 추세다. 통계청 자료상 지난해 평균 초혼연령이 남자 33.7살, 여자 31.3살이다. 이러니 “돈 있는 사람만 군대가지 말란 거냐”는 야유가 나오는 것이다. 국민의힘 방안에는 만 0세부터 18세까지 매달 100만원의 아동수당을 주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진보 정권의 현금성 퍼주기를 그렇게 비판하더니 이제 와서 그대로 따라 하겠다는 건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같은 방안이 훨씬 현실적이다. 맞벌이 부부라도 월 300만∼400만원의 아이돌봄 비용을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를 70만∼100만원으로 낮출 수 있다면 육아 부담이 크게 덜어질 것이다. 외국인 차별이라고 감정적으로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인권보호 조치 등과 더불어 진지하게 검토해 볼 만하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뚝 떨어졌을 정도로 저출산은 심각한 국가적 위기다. 지난 1월 출생아 숫자는 2만3179명으로, 월간 통계 작성 이후 42년 만에 1월 기준 최저를 찍었다. 인구 감소는 불가피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주문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서다. 대증요법식 대책으로 저출산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 2006년부터 271조원을 쏟아붓고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과거가 말해 준다.
저출산 위기는 육아, 교육, 주택, 일자리, 지방균형 발전 등 다양한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당장 성과를 내려고 섣불리 달려들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가 지도자가 늘 관심을 갖고 챙기되 임기 내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저출산 정책은 10년, 20년 뒤까지 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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