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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 강남 한복판서 40대 女 1분 만에 납치, 살해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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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4-02 23:13:56 수정 : 2023-04-02 23: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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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납치사건 현장. 납치범 차량이 아파트 주변에 정차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이 납치된 뒤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이 공개한 방범 카메라에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쯤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한 남성이 바닥에 주저앉은 여성의 몸을 붙잡고 강제로 끌어당겨 차에 태우는 장면이 담겼다. 당시 남성 2명이 여성을 폭행하며 실랑이를 벌인 뒤 차에 태워 사라졌다는 112신고도 접수됐다. 목격자들은 “살려주세요”라는 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불과 1분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안타까운 건 경찰이 차종 및 차량 번호를 파악하고 용의자 신원과 이동 동선을 추적해 이틀 뒤 체포했지만 피해자는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뒤였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납치된 지 불과 7시간여 만인 30일 오전 6시 전후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됐다고 한다. 경찰이 피해자의 죽음을 막지 못한 건 유감스럽다. 괴한들이 강남 아파트 단지를 무대로 버젓이 납치 행각을 벌인 것도 놀랍거니와, 인질을 살해까지 했다는 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마치 영화 ‘범죄도시’를 연상케 한다. 강남 밤거리의 안전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면 다른 곳들은 오죽하겠나.

과거 불황기에 강남에서 납치와 성폭행, 살인 등 강력사건이 잇따라 이 지역 주민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강남=부유층’이라는 공식이 일반화돼 범죄자들이 강남 부녀자들만 골라 범행을 벌인 탓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도 피해자의 재산을 노린 청부살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요즘도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불황 국면이다. ‘몸값’을 받아내기 위한 납치에다 인질 살해까지 유사 사건이 재발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경찰은 사건 당일 목격자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해 추적에 나섰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사건 발생 3분 뒤인 당일 오후 11시49분쯤 가장 강력한 출동 단계인 코드 제로(0)를 발령, 초동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의 말처럼 초동대응과 수사가 과연 적절했는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용의자들이 경찰의 수배망을 뚫고 사건 현장에서 대전 대덕구까지 이동한 것을 봐도 그렇다. 렌터카로 차량을 바꾸고 청주 상당구로 이동해 각자 택시로 옮겨타고 경기도 성남으로 올라온 뒤에야 이들을 검거한 점도 미심쩍다. 112신고와 CCTV가 범죄 순간을 포착하고도 늑장 수사로 인명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면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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