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충남 홍성과 금산, 보령, 충북 옥천, 전남 고흥 등 전국에서 35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서울 도심 인왕산에서도 산불이 나면서 시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상당수 지역에서 산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아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건조한 날씨 속에 강풍까지 불어 진화가 더욱 어려웠다고 한다. 매년 이맘때면 되풀이되는 산불의 공포를 언제까지나 겪어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올 들어서만 지난달까지 벌써 365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예년 평균 240건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이라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초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한 당국의 대응을 무색하게 한다. 산불 발생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03년 271건이던 산불이 지난해에는 740건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물론 산불 증가는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남미 등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지구의 기후시계가 고장 난 듯 요즘 한낮 기온이 25도 가까이 치솟는 초여름 날씨가 이어진다. 벚꽃은 예년보다 2주 앞당겨 피어 이미 만개했는데, 여의도 벚꽃축제는 오늘 시작한다. 최근 1개월 강수량이 평년 대비 51.7% 수준이라서 산불 위험은 더욱 크다. 남부지방에 ‘50년 만의 최악 가뭄’이 찾아올 정도로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다행히 오늘 오후 제주를 시작으로 내일 전국적으로 비가 올 전망이다. 전국 곳곳에 건조경보·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단비 소식이다. 그렇더라도 본격적인 우기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언제라도 산불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산불은 예방이 최선이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산불 32%가 입산자 실화 탓이었다. 이외에도 밭·논두렁 소각, 쓰레기 소각, 담뱃불 부주의처럼 조심만 했다면 피할 수 있는 산불이 많았다.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산에 오를 때 라이터 등 화인을 지참하지 말고 산림 주변에서 소각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산불을 조기 발견해 신속히 진화하는 것이 차선이다. 감시 인원이나 초소를 늘릴 필요가 있지만 드론이나 열화상카메라 등 첨단장비를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심심찮게 안전사고를 내는 소방헬기의 현대화 추진도 시급하다. 우리 산림의 40% 가까이 되는 침엽수림을 불에 강한 활엽수림으로 바꿔 조성하자는 전문가 제언도 장기 과제로 미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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