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어제 전원위원회를 열어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 논의에 착수했다. 20년 만에 열린 전원위 첫날 여야는 선거제 개편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방법론을 두고는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 파동’으로 이어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와 함께 비례 의석 축소를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비례 의석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3개 안을 바탕으로 모레까지 네 차례 난상토론을 한 뒤 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3개 안은 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한 명만 뽑는 현행 소선구제를 대도시 지역구에선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제안한 ‘의원 정수 30명 축소’도 의제에 올라 있다.
현행 선거제는 승자 독식 구조여서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불렀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거대 정당 중심의 극단적 대결 정치가 이어졌고, 이념적·지역적 대립이 일상화했다. 대규모 사표(死票) 발생으로 유권자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 지 오래다. 그간 여러 차례 선거제 개혁 논의가 진행됐지만 번번이 정당과 의원의 개별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혔다. 이번에는 달라야 할 것이다.
김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10% 감축하는 것이 왜 안 된다는 것인지, 민주당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의원 정수 30명 감축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인기영합주의’, ‘국면전환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57%로 절반을 넘었고, 현행대로가 적당하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김 대표의 주장이 민심과 완전히 동떨어졌다고 볼 수는 없는 만큼 논의 자체를 막을 필요는 없다. 지난 총선 때 도입했다가 낯 뜨거운 ‘꼼수 비례 위성정당’ 논란을 불렀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확실히 손질해야 한다.
이번 선거제 개편이 합의점을 찾으려면 무엇보다 거대 양당이 기득권에 얽매이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의석 확보의 유불리를 따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여야는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선거제를 도출해주기 바란다. 거대 정당과 의원들이 정치적 셈법에만 몰두하다 선거제 개혁을 용두사미로 만드는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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