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빈 방문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양안(중국·대만) 관계 언급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도를 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 긴장 상황과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원론적인 발언임에도 중국 측은 며칠째 통상적인 비판을 넘어 막말과 위협을 일삼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어제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 났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의 이번 대만 문제 발언은 1992년 중·한 수교 이후 한국이 밝힌 최악의 입장 표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 관련 부적절한 발언을 한 이후 한국이 취한 일련의 외교적 조치는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분노를 부른다”고 했다. 오만불손,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친강 중국 외교부장도 지난 21일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전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불용치훼(不容置喙)’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타국 정상에 대한 표현으론 너무 무례하고 거칠다. 대만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언급은 일반론이고 원칙적인 발언일 뿐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도 똑같은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상식을 얘기한 것을 놓고 이처럼 격한 말을 쏟아내는 것은 외교 관행에도 어긋나는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행태다.
더구나 일개 부처 대변인이 상대국 정상을 겨냥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리 압박하고 윽박질러 우리 운신의 폭을 제한하려는 속셈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중국의 오만한 고자세는 사드 보복, 문재인 전 대통령 방중 때의 홀대,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등을 통해 익히 경험한 바 있다. 중국은 오히려 자신의 행태가 세계 평화에 역행하는 건 아닌지 반성하는 게 옳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의 대북 제재에 대해 항상 뒷문을 열어주고 무력화해 왔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제재나 결의안 채택도 앞장서서 막아주고 있다.
중국의 막말에 맞장구치며 우리 정부를 연일 맹비난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도 우려스럽다. 이재명 대표는 중국의 잘못된 태도를 지적하기는커녕 “(윤 대통령 발언이) 양국 관계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불개입 원칙을 관철하라”고 했다. 민주당은 중국의 협박에 굴복하자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건 문재인정부 때부터 우리 정부가 견지해온 대만해협 관련 공식 입장이다.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현지 진출 기업 등 다른 변수도 고려해야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연계해 대외 문제에 접근하면 국론분열만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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