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외국인들이 잘못 사용, 치우기 힘들어” 토로
“처음엔 무슨 자국인가 했어요. 흠집 난 것처럼 검은색 자국이 있는데 일반 청소 약품으로는 잘 지워지지도 않더라고요. 다른 이용객들은 미화원들이 청소를 제대로 안 했다고 생각하는데 억울하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완화 이후 해외 관광객 수가 급증한 가운데, 공항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 직원들의 고충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우리나라와 화장실 문화 등이 다른 외국인 이용객들이 화장실 예절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는 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30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올해 1분기 국제선 탑승객 수는 1년 전보다 10.5배 급증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의 76%까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환승객도 같은 기간 156만4000명으로 전년대비 592% 증가했다. 국제선 운항 횟수도 6만7000회로 전년 동기 대비 108.7% 늘었다.
회복된 관광 수요만큼 화장실이 붐비면서 때아닌 ‘좌변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화장실에 ‘변기에 앉아서 사용해 주세요’라는 언뜻 보면 당연해 보이는 안내문이 화제가 되면서다.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 총 4개 국어로 쓰인 해당 안내문에는 좌변기에 발을 올린 사람 위에 금지 표시를 한 그림도 함께 그려져 있다.
인천공항 측은 변기에 발을 올리고 볼일을 보는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한 환경미화 직원들의 고충을 반영한 안내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해당 안내문은 해외 이용객이 많이 이용하는 1층과 3층에만 부착돼 있었고, 항공사사무실 등이 위치한 2층에는 붙어있지 않았다.
남자 화장실 담당 청소 직원이라는 민모씨는 “일부 국가가 우리나라와 화장실 문화가 다르다”며 “우리나라에서 옛날에 쓰던 수세식 변기를 아직 이용하는 곳이 있는데, 그 변기에 익숙한 이용객들이 좌변기에 그대로 올라가 볼일을 보다보니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사용하는 변기 커버를 공유하는 것이 불결하다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청소 직원들은 나라마다 문화가 다른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이용객들의 민원이 이어져 난감하다고 토로한다. 한 직원은 “변기 커버를 올리고 올라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엉덩이가 닿는 부분에 많이들 올라가는데, 선명한 신발자국 모양을 한 번에 닦아내기가 쉽지 않다. 품이 든다”며 “또 조준을 제대로 못해 오물이 튄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나와 뒤이어 이용하는 이용객들이 불쾌해했던 적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를 할 때 한 화장실에서만 계속 상주하는 게 아니다보니 계속 지켜보고 닦아낼 수만은 없어 우리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청소 직원들이 근무에 어려움을 토로해 인천공항 측에서 과거 일괄적으로 안내문을 제작해 붙였지만, 현재까지도 고충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다른 직원은 “좌변기에 올라가서 볼일을 볼 때 거꾸로 뒤돌아서 볼일을 보는 것 같다”며 “안내문이 붙어있어도 제대로 보지 않으니 무용지물인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인천공항 측은 화장실 사용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일로 이용객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지속적인 안내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해당 안내문이 이전부터 있어왔으나 최근 코로나19 이후 해외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애로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며 “관련 안내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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