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핵협의체 집중 논의할 듯
獨처럼 사과해야 리더국 될 수 있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실무방문한다고 대통령실이 어제 공식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은 기시다 총리 방한 첫날 열릴 예정이다.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아베 신조 총리의 방한 이후 5년3개월 만의 일이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이후 급랭했던 한·일 관계가 지난 3월16일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서서히 정상화해가는 모양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한·일 정상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복원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반갑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윤 대통령이 일본 전범 기업들을 뺀 강제동원 해법을 내놓는 결단을 했지만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없어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사죄 표현은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으로 에둘러 넘어갔고,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 지난 4월 외교청서에선 이런 내용을 아예 빼고, 독도 영유권 주장만 반복했다.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재지정 절차를 개시했지만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윤 대통령이 먼저 채운 물잔의 남은 반잔을 채워 한·일 관계의 새 장을 열기 바란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반도체 공급망 강화,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결속을 다지는 데 중점이 찍힐 것이 분명하다.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북핵 위협에 맞선 한·미·일 3각 핵협의체를 출범시키기 위해 한국 설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한·미 간 핵협의체(NCG)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뒤 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일본이 다급할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달라져야 한다. 진정한 리더 국가가 되려면 과거사라고 해서 소홀히 해선 안 될 일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로 일본에 무릎을 꿇어라 할 수 없다”고 해 호된 비판을 받았다.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에 진정성이 있다면 과거사에 대한 사과 표명으로 입증해야 한다. 독일은 두 차례나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이지만 끝없는 사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있다. 언제까지 이웃 국가가 서로 과거사에 발목 잡혀 살 수 없는 노릇이다. 이번에야말로 일본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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