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가 오르면 식당서 판매하는
소주값 1만원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주류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소주 생산 비용이 크게 늘어나 가격 인상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있어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주류 업계가 결국 올 하반기에는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류 업계에 따르면 소주 생산 원가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병과 병뚜껑 가격 인상에 더해 지난달에는 소주의 원료인 주정 가격까지 2년 연속 올랐다.
국내 10개 주정 제조회사의 주정 판매를 전담하고 있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달 소주의 원료인 주정(정주)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다. 주정은 쌀이나 보리 등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만드는 소주의 주원료다. 지난해에도 세계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물류비 증가, 고환율 등으로 인해 주정 가격이 평균 7.8% 인상된 바 있다. 소주 업체들은 대한주정판매를 통해서만 주정을 구입할 수 있다.
주류 업계에선 이번 주정 가격 인상으로 인해 소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병과 병뚜껑 가격 인상의 경우 공병 수거율을 높이며 대응할 수 있지만 주정 가격 인상은 소주 원가 상승으로 직결한다. 주정은 소주 원가의 30% 가량을 차지한다.
실제 소주업계는 주정 가격이 올랐을 때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바 있다. 2012년, 2008년, 2022년 주정 가격이 인상된 이후 소주 업체들은 1~2달 간격을 두고 가격을 조정했다.
소주병 값도 이미 올랐다. 소주병을 제조하는 제병 업체들은 올해 2월부터 순차적으로 180원에 납품하던 병값을 220원으로 22.2% 올렸다. 지난해 연말에는 병뚜껑 가격도 올랐다.
소주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주 시장 점유율 1, 2위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는 올해 2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당분간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주정 값이 올랐기 때문에 결국 소주 가격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소주 업계가 올 하반기에는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상액도 가격 동결로 누적된 손실분을 반영해 병당 소매가 기준 100원 수준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소주 업계가 출고가를 100원 올리면, 유통 단계를 거쳐 식당에서는 소비자들에게 1000원 이상 인상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다.
이미 서울 강남 등의 주점 등에서는 소주를 6000~7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소주 출고가가 200원 오르면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값이 1만원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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