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 “퀴어축제 상관없어…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洪, 인사권으로 경찰 자존심 건드려 “해서는 안 될 말”
“충남과 티케이(TK·대구경북) 출신이 있길래 티케이 출신이 낫겠다고 (현 대구경찰청장을) 찍었는데, 이렇게 엉터리인 줄 몰랐습니다.”(19일 홍준표 대구시장)
경찰이 23일 대구시청을 압수 수색한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과 경찰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대구시 유튜브에 홍 시장의 개인 업적을 홍보하는 영상물을 게시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는데, 시청 안팎에서는 퀴어축제 관련 ‘도로 점용’을 둘러싼 홍 시장과 경찰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대구 퀴어축제를 두고 촉발된 홍 시장과 경찰의 갈등이 선거법 위반 수사로 심화하는 모양새다.
◆홍준표 “보복수사” vs 경찰 “법원도 공범이냐”
대구경찰청 직장협의회연합(직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홍 시장에게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직협은 “홍 시장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집행하는 경찰을 ‘깡패’라며 ‘보복을 하고 있다’고 독설을 퍼붓고 있다”며 “영장 발부에 관여한 검찰과 법원도 보복 수사의 공범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직협은 “이 사건은 지난 2월 대구 한 시민단체가 고발한 것”이라며 “행정 대집행 등 퀴어축제 이슈가 있기 전에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이 그 필요성을 인정해 발부한 것으로 퀴어축제 유무와 상관없이 진행됐을 영장 집행”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찰청의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2월 대구참여연대가 고발한 홍 시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이 있다. 대구참여연대는 대구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홍 시장 개인 이미지·실적 등을 홍보하는 영상이 게재됐다는 이유 등으로 검찰에 유튜브 담당자와 홍 시장 등을 고발했다. 대구시 직원들이 홍 시장의 선거를 위해 홍 시장의 개인적인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배포할 경우 공직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홍 시장은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지난 9일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16일 이를 발부했다. 홍 시장과 대구경찰의 갈등이 시작된 대구 퀴어축제는 지난 17일 열린 만큼 이번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사건과 대구퀴어축제 갈등은 관련이 없다는 게 경찰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홍 시장은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서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권을 통째로 갖게 되자 이제 눈에 보이는 게 없나 보다”며 “대구시 공무원들의 직무 집행을 강압적으로 억압하더니 공무원을 상대로 보복수사까지 하고 있나“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오늘부터 업무협력차 출입하던 경찰 정보관 출입도 일체 금지한다”며 “법치 행정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대구경찰청장의 엉터리 법 집행, 보복 수사 횡포는 참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완전 지방자치경찰시대면 파면감”...끓어오른 경찰
홍 시장과 경찰의 갈등은 지난 17일 열린 대구 퀴어문화축제에서 촉발됐다. 당시 도로를 무단으로 점용한 퀴어축제 주최측을 대구시 공무원들이 막는 과정에서 대구경찰이 대구시 공무원들을 무력으로 제압했고, 그 결과 10시간 동안 퀴어 주취즉이 집회 제한 구역인 공도를 차단해 무단으로 점거했다는 게 홍 시장의 주장이다.
대구시와 경찰이 충돌한 뒤 홍 시장은 시도경찰청장 임명·교체권까지 거론했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불법을 옹호하고 시민 불편을 초래한 대구경찰청장은 교체됐으면 한다. 완전한 지방자치 경찰 시대라면 내가 즉각 파면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틀 뒤 대구시청 기자실을 찾아서도 “(시도)경찰청장 인사가 시장과 도지사한테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내려온다. 충남 출신과 티케이 출신이 있길래 티케이 출신이 낫겠다고 (현 김수영 청장을) 찍었는데, 이렇게 엉터리인 줄 몰랐다”며 노골적으로 경찰 인사권을 거론했다. 사실상 대구경찰의 총수인 대구경찰청장의 인사권이 대구시장에게 있다는 것을 은연 중에 드러낸 것으로 경찰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이날 홍 시장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자치경찰제의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력 비대화 등을 우려해 2021년 7월 시행된 자치경찰제는 지휘·감독이나 인사 추천권 등은 별도의 합의제 행정기관인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 맡긴 형태다. 정당 소속 단체장이 자치경찰 인사권을 온전히 틀어쥘 경우 경찰이 선거 목적 등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시장이 사실상 지자체장이 지방경찰청장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며 경찰 내부에선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지방경찰청 차장은 “완전한 자치경찰제가 되면 정치인 출신 지자체장들이 얼마나 마음대로 경찰을 휘두를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대선 후보까지 나왔던 지자체장이 할 발언은 절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의 또다른 관계자는 “지자체장이 집회시위와 관련한 국가경찰 사무에까지 개입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는 월권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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