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기 시작한 온라인 플랫폼의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규제 주도권 확보를 위한 소관 부처 간의 기 싸움도 만만치 않다. 과잉규제와 중복규제도 문제지만, 규제의 형평성과 합리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온라인 플랫폼은 사업모델이 다양할 뿐 아니라 일반시장에서의 경쟁과는 다른 특성 때문에 규제의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 특히 온라인 ‘유통플랫폼’의 경우 온-오프라인 간의 시장 융합이 역동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개별 플랫폼 시장의 상황을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아마존이 오프라인 식료품 전문점인 ‘홀 푸드 마켓’(Whole Food Market)을 인수하거나 오프라인 유통 중심의 신세계가 ‘에스에스지닷컴’(SSG.com) 등 온라인 채널을 대폭 강화해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을 출범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더구나 플랫폼 경쟁환경이 유동적인 상황에서 온-오프라인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시장상황의 변화에 대응해 유통시장을 융합적이고 탄력적으로 획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만약 현재의 온라인 플랫폼 시장과 규모만 기준으로 처음부터 투망식 규제를 하거나 시장에서의 추상적 위험을 예단해 사전 규제하려 한다면 자칫 과잉규제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 플랫폼은 단순 직매입거래이든 거래의 중개이든 동일한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에 비해 강도 높은 규제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선 자사 PB상품을 소비자의 눈에 쉽게 띄도록 진열하더라도 아무런 규제가 없는 데 비해,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검색상단 노출에 대해서는 ‘자사우대’란 이유로 규제하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규제를 통해 얻는 긍정적인 효과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역효과 또한 주의 깊게 분석·검토돼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은 국민경제적으로도 생산과 소비에 대한 정보 공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 유통산업의 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온라인 플랫폼 구축을 위해서는 엄청난 연구개발 비용과 인력이 소요될 뿐 아니라 막대한 투자리스크를 부담하고, 규모의 경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타다’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시장 회복력을 믿지 못한 채 너무 의욕적이고 촘촘한 후견적 규제에 의존한다면 우리 온라인 플랫폼 업계의 특성과 장점을 제약하고, 새로운 혁신시장의 진입을 더디게 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구축한 온라인 플랫폼을 아무런 대가나 보상 없이 공공재로 정의하여 손쉽게 규제하려 한다면 시장경제를 지탱하는 투자와 혁신의 동기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하는 헌법정신과도 배치된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도 하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이제까지 독과점 고착화나 불공정거래 우려의 편면적 시각에서 벗어나 유통산업의 미래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논의가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 오늘날 불확실한 디지털 생태계에서 우리나라 온라인 플랫폼이 디지털 산업을 근간으로 혁신경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성급한 규제 입법보다 합리적인 연성규제의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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