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전체 노인으로 확대를
소득비례화 조치도 반드시 필요
당국 과감히 융통성 있게 추진을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 합의한 정책이 연금개혁이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1년이 넘은 현시점에서 연금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식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대통령 직속 연금개혁위원회의 설치가 무산됐고, 국회의 연금개혁특별위원회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마감됐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여당이 추천한 자문위원장은 연금기금 수익성 개선과 다른 직역연금의 구조개혁을 강조한 반면, 야당이 추천한 자문위원장은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국회 연금특위가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자, 공은 다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로 넘어갔다. 최근 재정계산위원회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과 연금지급 개시 연령 상향 조정 등에 관한 안을 발표했으나, 이에 대한 여론은 별로 우호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여론을 수렴해 정부개혁안을 다음달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1986년 국민연금 설계 책임을 맡았던 당사자로서 연금개혁과 관련한 쟁점 사항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1998년부터 9%에서 동결된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다. 재정계산위원회는 2025년부터 매년 0.6%포인트씩 5년간 올려 12%, 10년간 15%로 그리고 15년간 18%를 올리는 세 가지 안을 내놓았는데, 이 중 세 번째 안인 18%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공무원연금은 물론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공적연금의 평균 보험료가 18%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혁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한 사항은 현재 40%인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1988년 도입 당시 70%였는데 그 후 두 차례의 개혁 과정에서 보험료율은 9%로 동결시킨 대신 소득대체율을 지속적으로 낮추어 결국 40%에 이를 전망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반쪽 연금’ 또는 ‘용돈 연금’이라는 비난을 듣는다. 만일 이번에 보험료율을 18%로 대폭 인상하는 안이 채택된다면, 소득대체율 역시 50%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일본은 2015년 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을 통합하는 조처를 하면서 보험료는 18%, 소득대체율은 50%로 합의하였는데,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연금개혁의 세 번째 쟁점은 기초연금과 관련된 사항이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의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국민연금 평균소득 가입자가 최소한의 가입 기간인 10년간 9%의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부해도 연금 수령액이 35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재정계산위원회는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인상하면서 대상을 하위 70%에서 더 줄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필자는 이와 반대로 기초연금액 인상 대신에 수급대상을 모든 노인으로 확대할 것을 건의한다. 기초연금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자의 불만이 근원적으로 해소됨은 물론, 소득 하위 70%를 가려내기 위한 행정비용 역시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개혁 조치에 더해 국민연금을 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할 것을 적극 건의한다. 1988년 국민연금 실시 당시에는 기초연금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상당 수준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입했으나, 이제 기초연금 제도가 나름 정착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도 다른 연금 제도와 같이 순수 소득비례 연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보험료의 대폭 인상에 따른 가입자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국민연금의 소득비례화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더해, 재정계산위원회의 수급개시연령 상향조정안은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에 대한 개선 조치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끝으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3대 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방안 역시 개혁안에 포함되어야 한다. 통합이 추진되는 경우, 특수 직역에 걸맞은 퇴직연금 제도를 새로 개발해 실시할 것을 건의한다.
정부가 보험료 인상 부문에서는 강력한 개혁안을 추진하는 과감성과 소득대체율에 관해서는 ‘반쪽 연금’이라는 비판을 기꺼이 수용하는 융통성을 동시에 발휘함으로써, 어렵게 시작된 연금개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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