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수룩한 털이 엉킨 채 바들바들 떠는 개, 코를 푹 파묻고 웅크린 개, 가만히 서 있는 게 괴로워 제자리를 계속 도는 개. 마당에 묶여, 긴 겨울을 살아내야 하는 개들의 모습이다. 길고양이도 마찬가지, 밖에서 사는 동물들에게 겨울은 유독 가혹하다. 이들은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처럼 방치와 무관심 속에 고통받고 동사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전 국민의 동물보호 책무(동물보호법 제4조)에 근거해 동물들이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일은 권장된다. 나아가 자신이 기르는 동물에 대해서는 권장이 아닌 의무사항이 된다. 보호자는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복지를 증진해야 하며(제9조), 반려동물을 실외에서 기를 경우 더위, 추위, 눈, 비, 직사광선 등을 피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제10조). 이를 따르지 않아 동물이 질병을 입거나 죽는다면 형사 처벌도 될 수 있다(제97조).
그러나 동물들의 ‘따뜻한 겨울’이란 법 규정에는 존재해도, 참 지켜지지 않는 일이다. 당장 추위에 떠는 마당개들을 발견하더라도 보호자로부터의 격리, 보호 조치가 대부분 이루어지지 못한다. ‘방치’ 학대도 엄연한 동물 학대지만, 그러한 인식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대로 놔두면 저체온증에 걸릴 것이 명백해도 저체온증에 걸렸다는 수의사의 소견서가 있거나 동사할 정도에 이르러야 행정권, 수사권이 발동되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동물들을 위한 방한 조치에 나서기도 한다. 겨울집을 만들어 두거나 집 안에 짚을 깔아 주는 것이다. 담요나 의류는 수분을 머금어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집 내부에는 짚을 깔아 주는 게 좋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둔다면 동물의 삶은 많이 나아질 수 있다. 특히 동물 보호자라면 책임을 갖고, 두꺼운 비닐로 바람을 막아 주거나 최소한 짚이라도 깔아 주는 등 방한 조치를 해야 한다.
사람이 그렇게 살 수 없다면 동물도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거다. 부디 올해 겨울은 동물들이 조금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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