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주민수는 약 226만명에 달한다. 총인구의 4.4%로 역대 최대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종료되면서 유학생 등 지난해 대비 12만여명 늘었다고 한다.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결혼이민자 등 장기체류 외국인 숫자도 175만명으로 집계됐다. 보통 외국인을 포함해 이주 배경 주민이 전체 인구의 5%를 넘으면 다문화 사회로 보는 데, 우리 국민 다수는 이미 ‘대한민국은 다문화 사회’라고 여긴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더 많은 외국인을 받아들이기 위해 이민청 설립까지 추진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다문화 흐름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는 지난 2014년부터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에서 ‘다문화 정책대상’을 제정해 매년 관련 정책 발전에 힘쓴 기관, 단체, 현장 공무원들에 상을 수여해왔다. 오피니언면에 ‘다문화 칼럼 함께하는 세상’ ‘한국에 살며’ 와 같은 고정 코너를 유지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마다 수상자들의 현장 경험을 듣거나 고정 칼럼 기고자들의 글을 보면서 대한민국 공동체의 일원이지만 아직은 여러 장애를 겪는 이주 배경 주민들의 고충을 헤아리게 된다. 특히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이 격주로 쓰는 다문화 칼럼은 이주 배경 주민들이 바로 우리 이웃이라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다문화 인구 통계와 같은 수치로 읽을 수 없는 ‘한 사람’ ‘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
정 센터장의 글에는 아이들이 자주 등장한다. 교육청 위탁을 받아 이주배경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일반 교과 과정을 가르치는 ‘움틈 학교’를 관장하고 있어서다. 결혼이민자이거나 외국인 근로자인 부모를 둔 아이들은 대한민국에서 쉽게 정착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떠나갔다’(9월14일자) 글에서 그는 끝내 자기 나라로 돌아간 아이들의 사연을 전했다. 수업 시간에 몇차례 자해를 할 정도로 한국 생활에 부적응한 ‘철수’는 알고보니 부모와 떨어져 중국에 살다가 한국 학교로 편입했지만 여전히 부모의 돌봄을 받기 어려운 형편의 아이다. 재혼한 엄마가 이룬 가정에서 행복하길 꿈꿨으나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영희’도 마찬가지다. 가난을 해결해야하는 이주민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뒷받침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아이들을 정착하게 하려면’(12월7일자)에서 정 센터장은 이주배경아동에 대한 공교육 지원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부모의 몫, 책임을 강조한다. 그는 “외국인 부모들은 자국에 있던 아이를 데려다 어렵사리 한국학교에 편입시켜놓고 힘겨워하는 아이를 뒤로하고 야간과 주말까지 빈틈없이 일한다. 지역사회에 장기 체류하고 있으나 동시대를 산다고 할 수 없다. 아이들이 이대로 정착한다면 건강하게 성장할까, 우려된다”고 썼다. 우리가 아이들의 정착을 바란다면 ‘(외국인)근로자 부모’들이 부모의 책임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현종 시인의 시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니까.”
◆우리는 그들에 대해 얼마나 알까
최근 저출산 문제 대책의 하나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여성들의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이 입국해 일할 수 있도록 법적 지위를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경제적 부담을 감안해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제시했다가 인권 논란이 커지자 ‘월 200만원’ 기준으로 상향됐다. 이민청 설립이 속도를 내는 것도 저출산 대책의 일환이다. 이민을 통해 대한민국 인구수, 경제 활력을 키우자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웃, 다문화 가정에 대해 얼마나 알까. 정 센터장의 ‘한 사람은 한 사람이 아니다’(11월9일자)에 등장하는 다문화 가정 아버지들의 삶은 고달프다. “다문화가정 아버지들의 공통점은 나이가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 늦둥이를 둔 아빠들이다. 아버지의 과거 직업은 대부분 건설노동자다. 가끔 생산직 노동자도 있다. 이들의 직업력이 말해주는 게 있다. 왜 이리 늦둥이를 두게 되었는지, 왜 아이들을 혼자 키우게 됐는지 그런데도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지를 일러준다.” 우리는 쉽게 생산인구 1명, 노동인구 1명 이야기를 하지만 한 사람의 사연은 숫자로 읽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고,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우리는 ‘다문화 이웃’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
P.S. 칼럼을 쓰는 정종운 센터장에게 물었습니다.
-구로구가족센터에서 다문화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구로구는 지역특성상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보니까 외국인 주민 아이들 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저희 구에서만 ‘움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외국인 근로자 부모를 둔 중도입국한 외국인 학생들을 가르치고 주말에는 어린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센터에 온다. 정원이 중학교 한 반 15명인데 올해는 7명이 생활한다. 한국어 수업을 일주일에 11시간, 나머지는 중학교 교과과정의 기본 개념을 가르친다.”
-센터에서 오랜 기간 일하셨는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2006년에 구로구에 가족센터가 개소됐을 때부터 일했다. 그 당시에는 20대 초반, 그 보다도 나이가 어린 결혼이민 여성들이 많았다. 요즘은 그런 여성들은 줄고 외국인근로자, 외국인동포 가정 아이들이 많아졌다. 확실히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국민들도 다문화 이웃을 수용적으로 받아들이고, 학교에서도 감수성이 높아져서 ‘다문화’로 아이들을 부르거나 그런 애들 대상으로 따로 뭔가를 하는 걸 조심스러워한다. 여전히 (다문화 가정)이버지 연령대가 높고 소득이 낮아서 생기는 사회적 취약함은 있지만, 편견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다문화 주민들의 정착을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외국인 주민들이 많아지니까 외국인 대상의 예산, 관심이 커져야하는데 체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외국인 대상 서울시 예산이 삭감되고, 지자체별로 관심도도 조금 떨어진다. 이민청이 생긴다고 하고, 외국인들이 많이 정주해야한다고 하면서 관련 예산, 관심도는 줄어드는 느낌이다.”
<관련기사>
[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아이들이 떠나갔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913514957
[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아이들을 정착하게 하려면
https://www.segye.com/newsView/20231206517984
[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한 사람은 한 사람이 아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31108519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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