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휴전 결의안 나홀로 거부권 행사 이어
굳건한 친이스라엘 행보에 국제사회 비난 ↑
WHO 총장 “휴전만이 가자 주민 보호할 수 있어”
미국 정부가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양측의 휴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전날 의회 승인을 건너뛰고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는 등 미국의 굳건한 ‘친(親)이스라엘’ 행보로 중동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지만 입장을 일절 굽히지 않는 모습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종료 시점을 묻는 말에 “그것은 이스라엘이 결정할 사항”이라며 “하마스가 건재(intact)하고 10월7일과 같은 공격을 반복하겠다는 의도를 보이는 상태에서 그것(휴전)은 문제를 영속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이스라엘은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테러 공격을 당했다”면서 “그런 테러 조직을 마주한다면 어떤 나라도 그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열망이 충족되기 전까지 이스라엘의 안보는 지속할 수 없다”며 전후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8일 유엔 안보리에서 진행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결의안에 유일한 반대표를 던졌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가운데 프랑스와 일본 등 13개국이 찬성했으나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미국은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현 상황에서 휴전은 하마스에만 이익이 된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아랍 국가들은 거세게 미국을 비난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에 “모든 인도주의적 원칙과 가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며 “가자지구 어린이, 여성, 노인들의 희생에 미국의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도 9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범죄와 전쟁 지속을 지지하는 한 이 지역(중동)에서 통제할 수 없는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를 향한 공격 수위를 날로 높여가고 있어 미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집행위원회 특별 회의에서 “안보리에서 휴전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한 것을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가자지구의 끔찍한 민간인 참상을 전했다.
그는 “어린이 7000명을 포함해 1만7000명 이상이 가자지구에서 사망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건물 잔해 밑에 여전히 묻혀 있는지 파악조차 어렵다”며 “가자지구 내 보호시설의 샤워실은 700명당 1개, 화장실은 150명당 1개에 불과하고 설사와 황달 등 전염병이 확산할 징후가 보이며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호흡기 질환 감염에 대한 위험까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가자지구 내 3500개 병상 중 1400개 병상만 이용할 수 있고, 36개 병원 중 부분적으로나마 기능하는 병원은 14개뿐”이라며 “의료 수요는 극적으로 증가했지만, 의료 시스템의 역량은 전쟁 전의 3분의 1로 감소했다. 휴전만이 가자지구 주민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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