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통해 교습소 불법 과외
244회 수업하고 1억 넘게 챙겨
서울대·경희대 등서 심사 맡아
청탁받고 과외학생에 높은 점수
실제로 수강생들을 합격시켜
학부모에 명품백·현금 받기도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을 상대로 불법 과외를 하고 대학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유리한 점수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학교수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불거진 ‘음대 입시 비리’ 의혹의 실체가 일부 드러난 것이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음대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입시브로커인 A씨와 서울대 성악과 전 학과장을 포함한 대학교수 13명 등 1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 중 학부모에게 명품 핸드백과 현금 등을 받아 챙긴 대학교수 B씨는 학원법 위반과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지난해 음대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성악과가 있는 대학 33곳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교수 명단을 전수조사해 입시 비리 여부를 파헤쳤다. 경찰 조사에서 브로커 A씨는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음악 연습실을 빌려 미신고 과외교습소를 운영하며 수험생 등에게 679회 성악 과외를 한 혐의를 받는다. 대학교수들은 A씨와 공모해 수험생들에게 244회 성악 과외를 진행하고 1억3000만원가량의 수강비를 받은 혐의가 있다. ‘교원은 과외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학원법 제3조를 위반한 불법 과외다.
음악계 명인이 소수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수업인 ‘마스터 클래스’가 사실상 입시 비리 고리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수험생들에게 일대일 불법과외를 한 B씨를 비롯해 교수 13명 중 5명은 서울대와 숙명여대, 경희대 등 대학 4곳에서 내·외부 심사위원직을 맡고 수강생들을 평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입시가 가까워지면 과외 횟수를 늘리고 교수들에게 수험생이 지원한 대학이나 실기시험 조 순번을 알려주면서 노골적으로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들은 청탁을 받고 심사 과정에서 자신의 수강생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실기시험 평가를 하기 전 ‘응시생과 특수한 관계가 없다’, ‘과외 교습을 한 적 없다’ 등 허위로 작성한 서약서를 대학에 제출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입시 비리 의혹은 2개 학년도 입시(2022·2023학년도)에 해당하지만 암암리 이뤄져 온 교수들의 불법과외를 고려하면 입시 비리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음대 입시 비리 의혹은 교수들이 겸직 금지 의무를 어기고 학생들에게 고액 과외를 하는 관행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데서 불거졌다. 음악계 교수들과 학생들 인력풀이 작아 학생들이 수업받은 교수들과 연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은 공정성을 위해 실기시험 때 가림막을 치는 등 블라인드 시험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목소리가 지문처럼 각기 다른 탓에 교수가 목소리로 수강생을 구분하는 게 어렵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수 과외가 30∼60분당 20만∼5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액이라는 것도 입시 공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수강생은 레슨비뿐만 아니라 연습실 대관료, 반주비, 수업 전 발성을 봐주는 발성비(7만∼12만원) 등을 부담해야 돼서 1회 수업비로 최대 70만원까지 내야 한다. 음대 입시 비리 의혹을 근절하기 위해 교수 과외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관련 제도를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학원법이 교원의 과외 교습을 제한하고 있지만 처벌이 약한 부분이 있다”며 “교육부에 형사처벌 외에 행정 제재 등을 고려해달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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