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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 1만여명 무더기 사직 불가피

입력 : 2024-07-17 06:00:00 수정 : 2024-07-17 07: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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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시 15일 대부분 복귀 안 해
6월 각종 명령 철회 후 1%만 돌아와

미복귀 대다수 개원·봉직의 전망
2025년 9월까지 ‘공백’ 장기화될 듯

‘타지역 전공의 수련’ 병원·교수 갈등
“교수들 하반기 모집 반대 분위기”

대통령실 “17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병원별 티오 신청… 사직규모 나올 듯”

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내린 각종 명령을 철회하며 복귀를 독려한 40여일간 전체 전공의의 1%만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사직·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 1만2000여명 대부분은 정부 방침대로 사직 처리될 전망이다.

뒤숭숭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사직서 수리 마감 시한이 하루 지난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는 호소문이 붙어 있다. 정부가 17일까지 미복귀 전공의 사직처리를 마치고 결원을 확정해 달라고 각 수련병원에 요청하면서 1만명이 넘는 전공의에 대한 대량 사직 처리가 불가피해졌다. 뉴스1

정부는 16일 각 수련병원에 제시한 전공의 복귀·사직 처리 마감 시한인 전날까지 복귀한 전공의들이 극소수에 그쳤다고 밝혔다. 전날 정오 기준 211곳 수련병원 전체 전공의 1만3756명 가운데 8.4%(1155명)만 출근했다. 각종 명령을 철회하기 전날인 6월3일(1013명)에 비해 142명(1%)만 복귀했다. 레지던트 1만605명 중 0.82%(86명)만 사직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확히 숫자를 말할 수는 없지만 복귀하겠다고 의견을 낸 전공의들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전공의 대부분이 복귀하지 않았고 병원 연락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해 상당수가 사직처리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17일까지 병원별로 하반기 전공의를 몇 명을 채용하길 원하는지 희망 티오(정원)를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며 “신청 과정에서 일괄 사직 처리되는 규모가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공의 복귀 및 가을 수련 규모가 크지 않을 경우 “의료개혁특위에서 발표한 대로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구조 전환한다는 큰 방향을 가지고 있다”며 “빠르면 9월부터라도 원하는 상급종합병원에 대해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공백을 메워온 진료지원(PA)간호사의 제도화 등을 담은 간호법도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됐다.

16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2차관(왼쪽)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사직시점 등을 둘러싼 혼란은 여전하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사직 전공의에게 일괄적으로 보낸 ‘사직에 관한 합의서’에서 “사직서 수리는 7월15일, 사직 효력 발생 시점은 2월29일로 한다”며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까지 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발생한 진료상 혼란과 병원의 손해에 대해 전공의에게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다”고 적었다. 다만 결근과 연차 추가사용에 따른 환수 금액을 8월31일까지 병원에 반환해야 한다고 명기했다. 대부분의 전공의는 “소송을 피하려는 꼼수”라며 서명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9월에 시작하는 ‘가을 수련’과 관련해서도 ‘빅5’ 등 수도권 주요병원에선 ‘권역 외 지역 근무를 허용’한 수련 특례 적용을 놓고, 병원과 교수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은 사직한 전공의들을 복귀시켜서 일을 하겠다는 입장이라 대부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반대하는 분위기”라며 “병원 입장에선 병상가동률이나 중증 환자 진료율을 높여서 정상화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갈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실 인근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가을 수련에 나서지 않는 상당수 전공의는 개원하거나 봉직의(월급 받는 의사) 등을 택할 전망이다. 한 전공의는 의사 커뮤니티에 “이미 로컬(개원병원)에 취업해 사직 수리되는 대로 가겠다고 했는데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는지 자꾸 물어본다“며 “빨리 사직처리해 달라. 수련병원 근처에 다시는 안 오고 싶다”고 적었다.

 

정부는 ‘수련 중 사직하면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지침을 완화한 ‘수련 특례’를 복귀 전공의에게만 적용할 방침이다. 가을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들은 또 다른 특례가 없는 한 내년 9월 수련 때나 복귀할 수 있는 셈이고, 그때까지 전공의 공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의사 사직으로 인한 응급실 파행도 잇따르고 있다. 충남 천안 순천향대천안병원에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 중 4명이 사직서를 내면서 이날부터 응급의료센터 운영이 부분 중단됐다. 앞서 국립중앙의료원과 강원 도립 속초의료원도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 사직으로 응급실이 일부 제한 운영됐다.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의료기관에 파견된 공중보건의 명단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초 유출한 공보의 A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전날 불구속 송치했다. 해당 명단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게시한 의사 10명과 의대생 2명도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김태훈)에 배당됐다.


정재영·이정우·백준무·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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