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15년 장남 보 바이든(당시 46세)과 사별했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라는 말도 있듯 바이든이 얼마나 절망했을지 가히 짐작이 된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있으면서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을 강력히 희망한 바이든은 아들의 사망 직후 대권 도전을 포기했다. 결국 2016년 대선은 미 정가에서 ‘이단아’로 통하던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끝났다. 바이든 입장에선 아들을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정권까지 빼앗겼으니 극심한 낭패감에 시달렸을 법하다.
보 바이든의 직접적 사인은 암이다. ‘교모세포종’으로 불리는 악성 뇌종양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바이든은 미 참전용사들과 만날 때마다 장남 얘기를 꺼낸다. 델라웨어주(州) 방위군 장교였던 보 바이든이 2008년 이라크에 파병돼 1년간 복무한 경력 때문이다.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 중에는 이런 바이든의 태도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이들이 더러 있다. 작전 도중 숨진 것도 아닌데 마치 아들이 전사자인 양 행세한다는 것이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징집 대상이었으나 로스쿨 학업,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입영을 미루다가 결국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바이든이 군인이었던 장남을 방패막이로 삼는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42년생인 바이든보다 세 살 어리다. 그 또한 월남전 당시 징병될 저치였으나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끝내 군대에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에 의해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됐다가 2년도 안 돼 해임을 당한 제임스 매티스(예비역 해병 대장)는 2019년 10월 트럼프를 겨냥해 “의사의 진단서 덕분에 힘을 키웠다”고 비난했다. 트럼프가 베트남전쟁 당시 ‘건강이 나쁘다’는 의사의 소견을 근거로 병역을 회피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트럼프는 2018년 11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과 싸우다 숨진 미군 장병들이 묻힌 묘지 참배를 거부하며 전사자들을 ‘패배자’(losers) 혹은 ‘바보’(suckers)라고 폄하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참전용사 모욕 논란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악재로 작용할까봐 두려웠던 걸까. 트럼프는 16일 오하이오주(州)를 대표하는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J.D. 밴스(39)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 출신인 밴스는 2003년 고교 졸업 후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인물이다. 2007년까지 5년 가까이 해병대원으로 복무하며 이라크전쟁에도 파병됐다. 전역 후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조인이 된 데 이어 상원의원까지 올랐으니 흙수저 출신 ‘개룡남’(개천에서 태어나 용이 된 남자)의 전형이라 하겠다. 참전용사 비하 논란에 휩싸인 트럼프에게 참전용사 출신 밴스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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