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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고…” 괴롭힘 신고했는데, 회사는 ‘복수’… 보복성 인사·카드내역 털기까지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4-07-21 16:00:19 수정 : 2024-07-21 1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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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게 보복성 고소로 2차 가해
신고에 대한 불리한 처우 처벌 근거 있지만
기계적 사법 적용에 근로자 개인 속수무책

“이것은 실제 발생했고 한 사람 근로자가 겪은 사실입니다.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보복으로 고소당하고 해고까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거죠.”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50대 직장인 A씨는 2020년 1월부터 회사 대표로부터 성희롱 발언과 폭언을 들었다. 부당한 보직해임과 지방 발령을 거부하자, 팀장이었던 A씨를 회사 공장의 사원급 직책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인사 조처도 당했다. 그해 10월 회사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지만 아무 조처가 없어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괴롭힘으로 정신질환까지 앓게 됐는데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기만 한다면 모든 일은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의 복수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회사는 그가 신청한 휴직을 거부하다 노동청이 개입하자 마지못해 승인했고, 이후 복직하려 하자 퇴사를 압박하며 이를 반려했다. 급기야 재직 기간 전체 법인카드 사용 내용 중 꼬투리 잡을 수 있는 것을 모아 주유비와 식사비 등을 부당하게 취득했다며 업무상배임으로 A씨를 고소했다. 이전에는 회사가 문제 삼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지난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이 시행된 지 5주년이 됐다. 신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사후 처리는 미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신고자에게 회사가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처벌 근거까지 마련됐지만, 보복성 고소에 개인 근로자가 대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괴롭힘 피해자가 신고 이후 제대로 된 보호 조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실을 통해 받은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직후인 2020년 노동청에 접수된 괴롭힘 신고 건수는 7398건이었는데 2023년에는 1만5801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중 취하되거나 기타 처리된 사건은 무려 86.6%에 달했다. 반면 과태료 부과는 1.3%, 검찰 송치는 1.8%에 그쳤다. 접수되는 사건은 늘고 있지만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2021년 5월 A씨는 보복성 고소와 퇴사 압박으로 회사를 노동청에 고소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같은해 9월 회사는 A씨에게 합의를 종용했다. 재판이 진행되면 피차 힘들어질 테니 회사는 업무상배임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A씨는 노동청에 제기한 고소를 취하하는 조건이었다. 또한 위로금을 지급할 테니 A씨가 자진해서 회사를 퇴직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검찰 기소 이후 정신적으로 버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던 A씨는 회사와 합의했다.

 

1심은 A씨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주말 부부인 A씨가 가족들이 있는 지역에 오가는 것을 출퇴근으로 볼 수 없다며 이때 사용한 유류비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직장 내 괴롭힘 보복행위로 고소를 제기한 것이라 해도 고소 경위가 업무상배임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설령 보복성 고소라고 할지라도 위법성이 있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뜻이다.

 

A씨는 “유죄가 나올 줄 알았다면 보복성 고소에 대한 노동청 고소 취하를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회사에서 쫓겨나고 유죄 선고받고 벌금 내고 변호사 비용만 엄청 날렸다”고 말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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