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SM)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오전 1시쯤 구속됐다.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진행한 재판부는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인 22일 오후 1시 43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남부지법에 출석해 “SM엔터 시세조종 혐의 인정하는지”, “법정에서 어떻게 소명하실 예정인지”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김 위원장은 3시간 30분 만인 이날 오후 5시 30분쯤 구속심사가 끝난 뒤에도 묵묵부답으로 호송차에 올라 대기 장소인 서울남부구치소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4시간 동안 영장 실질 심사를 받은 뒤 오후 6시쯤 굳은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왔다.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퇴정할 때도 묵묵부답이었다. 법원을 빠져나온 김 위원장은 검찰 호송차를 타고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서울 구로구의 남부구치소로 이동해 기다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17일, 27∼28일 등 총 4일에 걸쳐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400억 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다만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2월 28일 하루의 시세조종 혐의만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튿날인 지난 18일 CA협의체(카카오 그룹 이해관계 등을 조율하는 독립 기구) 소속 주요 계열사 CEO 등과 임시 협의회를 열고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는 2006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국내 대표적인 정보기술(IT) 플랫폼인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 중 창업주가 구속된 것은 카카오가 처음이다.
카카오는 김 위원장의 결정이 필요한 신사업 투자 및 경영 쇄신 등의 작업에 차질을 우려한다. 지난해 12월부터 고강도 쇄신을 주도해온 김 위원장의 부재 탓에 계열사별 개선안 마련과 자회사 매각 작업도 멈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신사업 발굴, 지배구조 개편 등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VX ,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에스엠엔터 등 자회사 매각 여부를 검토 중이다.
남부지검에서는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을 포함해 카카오엔터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자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 등 총 4건의 카카오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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