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대기업 취업자 4000명 ↑
증가 폭 5년 4개월 만에 최소로
채용 계획 확정 비율 3년째 감소
33.8%는 하반기 채용 축소 계획
중기 취업자도 감소 추세 돌아서
재계 “노동개혁으로 고용 해결을”
경기 침체 장기화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고용 변화상이 각종 통계에서 확인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던 대기업 취업자 증가 폭이 5년여 만에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난 게 대표 사례다. 대기업의 채용 규모 감소, 채용 시장 내 미스매치(불일치) 심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종사자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는 311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 폭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이던 2019년 2월(-1만4000명)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대기업 취업자 증가세 둔화 배경엔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자리한다. 2022년 말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대기업들은 인력 채용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매년 초 추적 조사한 대기업의 채용 계획 확정 비율을 살펴보면 2022년 73%에서 지난해 72%, 올해 67%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경기 전망 조사에선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올해 하반기 채용 계획이 상반기에 비해 축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33.8%로 확대(4.2%)하겠다는 응답의 8배에 달했다. 상반기 대비 하반기 경기 전망에 대해선 악화할 것이라는 응답(39.1%)은 개선(8.7%)될 것이라는 응답의 4.5배였다.
대기업 취업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지만 구직자들의 눈높이는 대기업에 머무르면서 생기는 미스매치 현상도 심각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대학(전문대 포함)을 졸업한 뒤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올해 상반기 40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이 구직 시장을 떠난 사유는 다양하지만, 조건에 맞지 못해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 등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전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고학력자로 분류되는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25%를 넘어섰고,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이 같은 증가세는 20대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 채용보단 수시·경력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또한 고학력 구직자의 구직 기간을 늘려 이내 구직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3월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상반기 대기업 채용동향·인식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신규 입사자 4명 중 1명(25.7%)이 경력을 가지고도 신입으로 지원하는 ‘중고 신입’이었다.
재계에선 대졸 취업난을 풀 열쇠로 ‘노동개혁’을 제시한다. 대졸자에게 중소기업 취업을 권유하는 대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고착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시장의 활력을 제고하는 고용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취업자 역시 감소 추세란 점도 우려된다. 중소기업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1월 30만4000명에서 4월 21만7000명으로 줄었고 5월 6만4000명으로 대폭 축소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0만명을 넘지 못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두드러진 대규모 취업자 증가 현상이 경기 부진 여파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서 지속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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