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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6개월에 접어든 전공의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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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24 23:05:13 수정 : 2024-07-24 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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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장기화에 대화도 사라져… 신뢰 줄 방안 찾아야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위한 진통일 거라 믿는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수련병원을 집단으로 이탈하기 며칠 전, 지방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를 책임진 지인과 한밤에 가진 긴 통화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지인은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세대 전공의들의 특성을 나열하며 “정말 많은 후배들이 수련하지 않고 떠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사실 십수년간 쌓여온 의료계 여러 문제를 열거했지만, 그날엔 지인이 지적한 내용 전부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순 없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모든 갈등은, 해결되면 더 나은 미래를 부른다”고 장담하고 전화를 끊었다.

정재영 사회부 차장

전공의들의 집단이탈은 그로부터 다섯 달이 지나 6개월째에 접어들었고, 지인의 우려는 아직 유효하다. 2000명 증원을 고수하던 정부는 사태 2개월여 만에 ‘내년에 한해 자율 감축을 허용한다’며 의대 정원을 1509명 늘렸다. 의료계 일각에선 9월 초 수시 원서접수 때까진 증원 철회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재외국민 특별전형이 시작돼 증원 규모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가 내놓은 갖가지 유화책에도 돌아온 전공의는 극소수다. 증원 백지화를 관철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그간 쌓인 불신과 복귀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하반기 전공의 수련을 앞두고 ‘수련 중 사직하면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규정을 완화한 특례가 제시됐지만 상황은 그대로다. ‘권역 외 지원 허용’ 특례를 두고는 교수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정부 방침대로 의대 증원은 이뤄졌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어느 한쪽 탓만 하기엔 상황마다 시기마다 각자 주장만 내세운 과오가 크다. 이젠 ‘대화하라’는 목소리조차 잦아든 상황이다.

대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복귀하려는 동료를 겁박하는 시도가 있다’며 사태 초기 ‘비밀회동’이 있었다. 부처 차관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전공의들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고, 동료 겁박 시도만 더 악랄해졌다. 이젠 복귀한 의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까지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만났지만, 140분 회동 뒤 박 비대위원장이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적으면서 작은 기대도 무너졌다.

정부는 ‘탕핑’(?平·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저항)하는 전공의 등 의료계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쉽지 않아 협상이 어렵다고 말해 왔다. 같은 의사여도 개원의와 봉직의, 전공의와 전임의 및 교수 등이 처한 상황·입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의료계 ‘내홍’도 잦았다.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와 대화를 주도하기 위해 협의체 구성에 나섰지만 끝내 전공의 지지를 얻진 못했다. 의료계는 2020년 의료사태 때 전공의를 뺀 의·정 합의를 한 대가를 아직도 치르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 하지만 박 비대위원장이 최근 “정부가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한 발언은 곱씹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집단이탈하며 복귀조건으로 내건 7가지 중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외에 ‘수련병원 전문인력 채용 확대’ 등은 이미 개혁과제로 시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시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당장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해 변화가 바람직하다는 확신과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 전공의 신분이 아니어도 그들은 언젠가 국민을 책임질 의사들이기 때문이다.


정재영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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