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장마가 끝나가면서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8월 초까지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이어지겠는데 높은 습도까지 더해진 ‘습식 사우나’ 폭염으로 인해 불쾌감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마가 끝난 뒤에도 집중호우가 종종 내릴 것으로 보여 변덕스러운 날씨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됐다. 서울에는 이틀째 폭염경보가 내려졌고 주말에도 내륙 곳곳에서 체감온도가 35도 안팎까지 치솟겠다.
지금의 폭염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두겹으로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는 탓이다. 한반도 상공 하층(5㎞ 이하)에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상층(5∼12㎞)에는 덥고 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머물고 있다. 거대하고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이중으로 덮고 있어서 폭염이 나타나는 기압계 현상이다.
두 고기압은 열이 빠져나가는 것도 막고 있어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안정한 대기로 소나기가 내리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찜통더위가 나타나고 있다. 한증막에 물을 뿌리면 습도가 높아져 숨이 막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올해 장마에 많은 비가 내려 현재 평균 습도는 80% 안팎이다. 습도가 55% 이상이면 10%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체감기온이 1도씩 올라간다. 기온이 35도라고 해도 습도가 80%라면 체감온도는 37도 이상이 된다.
기상청은 당분간 이런 기압계 형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 태풍이 사라지고 난 뒤 기압계 변화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3호 태풍 ‘개미’가 28∼29일 사이 소멸하고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완전히 덮으면 무더위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고기압이 잠시 밀려나고 비가 내린다면 열기가 다소 식을 수도 있다.
29일부터 8월1일까지 아침 최저기온은 24~28도, 낮 최고기온은 29~35도로 평년(최저기온 23~25도, 최고기온 29~33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겠다.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에서 세력을 넓히고 장마전선(정체전선)을 위로 밀어 올린 영향으로 수도권과 강원영서에는 비가 예보됐다. 고기압 확장 정도에 따라 장마전선 영향권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주말까진 대기 불안정에 따라 내륙을 중심으로 소나기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남쪽에서 들어온 고온 다습한 수증기와 지형적 요소가 더해져 많은 양의 비를 쏟을 가능성이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최대 80㎜ 정도의 많은 비가 예상된다.
장마철이 지난 후에도 집중호우가 반복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가 끝난 뒤에 뜨겁고 습한 공기가 강하게 유입되는 시기에는 굉장히 강한 집중호우성 강수들이 나타날 수 있다”며 “호우에 대비가 필요한 기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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