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에서 예상 외의 부진으로 7위로 가까스로 결승행 티켓을 따내고도 씩 웃었다. “결승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내가 1위를 할 수도 있지 않은가”라며 자신감과 굳은 각오를 보였던 한국 수영 중장거리의 간판 김우민(23·강원도청)이 자신의 말을 그대로 실현시키는 사나이였다.
김우민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50으로 3위에 올랐다. 금메달은 3분41초78에 레이스를 마친 루카스 마르텐스(독일)가 차지했고, 경기 막판 김우민을 제친 일라이자 위닝턴(호주)이 3분42초21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건 김우민은 우상이자 한국 수영이 낳은 최고 스타인 ‘마린 보이’ 박태환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가 됐다.
예선에서 막판 스퍼트가 눈에 띄게 떨어지며 3분45초52의 기록으로 조 4위에 머물렀던 김우민은 반나절 만에 180도 달라져서 돌아왔다. 예선에서의 저조한 성적으로 1번 레인에서 결승을 치른 김우민은 출발 신호에 0.62초 만에 반응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다.
첫 50m에서 25초00으로 2위로 통과한 김우민은 이후 줄곧 마르텐스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다음 50m를 27초50에 끊으며 2위로 통과한 김우민은 이후 50m마다 27초86, 28초35, 28초39, 28초77, 28초49로 페이스를 유지하며 2위를 계속 지켜냈다. 마지막 50m에서 막판 스퍼트를 올린 김우민은 다소 힘에 부친 듯 위닝턴에게 역전을 허용했지만, 끝내 3위 자리를 지켜내며 박태환 이후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데 성공했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우민은 감격에 겨운 듯 울먹거리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준비했던 시간들이 생각나면서 감정이 좀 북받쳐 올라왔던 것 같다. 노력의 결실을 이렇게 올림픽 메달로 보상받는 기분이라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반나절 만에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걸까. 김우민은 “올림픽 전부터 예선 경기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오전엔 워낙 몸도 무겁고 기록도 잘 나오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예선에서의 부진이 제게 더 큰 자극이 되어 결승을 더 잘 치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비결을 밝혔다.
김우민은 350m 지점에서 다른 선수들의 레이스를 보고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는 “350m를 찍을 때 굉장히 힘들었는데, 마지막 턴을 하고 난 뒤에는 사지가 타들어가는 느낌까지 받았다. 그래도 올림픽 메달을 위해서는 감당해야 할 무게라고 생각하며 참고 견뎌냈다”고 말했다.
절친한 후배 황선우와 함께 한국 수영의 ‘황금세대’를 이끌고 있는 김우민은 룸메이트 사이다. 박태환 이후 첫 메달리스트의 영광은 김우민이 차지했지만, 황선우도 28일 주종목인 자유형 200m 예선을 치른다. 김우민도 주종목은 아니지만, 계영 800m 대비를 겸해서 200m에 출전한다. 김우민은 황선우에게 “일단 최상의 컨디션으로 200m 잘 맞췄으면 좋겠고, 같이 메달을 따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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