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이 올림픽 단체전 사상 첫 결승에 올라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윤지수, 전하영(이상 서울특별시청), 최세빈(전남도청), 전은혜(인천광역시 중구청)로 구성된 한국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3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우크라이나를 42-45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팀 세계랭킹 4위인 한국은 8강에서 5위인 미국을 45-35로 가볍제 제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 상대는 펜싱 종주국이자 팀 세계랭킹 1위인 프랑스. 이번 올림픽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낸 마농 아피티-브뤼네와 사라 발제를 보유하고 있어 객관적인 전력은 분명 열세였다. 그러나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2001년생 전하영과 2000년생 최세빈이 패기를 앞세워 초반 주도권을 잡았고, 45-36 대승을 거뒀다.
결승 상대는 개인전 동메달리스트 올하 하를란을 보유한 우크라이나. 팀 세계랭킹은 한국보다 한 계단 위다. 4강에서 베테랑 윤지수를 전은혜로 바꾼 한국은 결승에서도 전하영과 최세빈, 전은혜로 결승에 나섰다.
선봉으로 1바우트에 나선 전은혜가 올하 하를란에게 3-5로 패하며 피스트를 떠났지만, 2바우트에 피스트에 오른 전하영이 율리아 바카스토바를 상대로 선전하며 경기 양상을 접전으로 바꾸었다. 먼저 한 점을 내준 전하영은 이어 3점을 연속으로 내며 6-6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9-8로 경기를 뒤집은 뒤 10점째를 따내며 10-8에서 피스트를 떠났다.
2바우트에서만 7점을 내고 석점만 실점한 전하영 덕분에 이후 경기 양상은 한국이 주도권을 잡는 듯 했다. 3바우트 출전선수는 개인전에서 이변을 일으키며 4강에 진출한 끝에 4위에 오른 최세빈. 그러나 최세빈은 흔들리며 내리 석점을 내주면서 다시 우크라이나가 10-11로 앞서나갔다. 11-11 동점을 만들어냈으나 또 다시 연속 실점하며 11-13으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주도권을 뺏길 위기에서 최세빈이 다시 힘을 냈다. 과감한 공격으로 연속 3점을 따내며 14-13으로 전세를 뒤집었고, 이후 공격도 성공시켜 15-13으로 3바우트를 끝냈다.
4바우트는 선봉이었던 전은혜가 나섰고, 우크라이나는 2바우트에 나왔던 율리아 바카스토바가 피스트에 섰다. 1바우트에서 하를란에게 패했던 전은혜가 이를 만회하려는 듯 4바우트에서는 피스트에 서자마자 3연속 득점에 성공해 18-13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이어 한 점씩 주고받은 19-14에서 전은혜는 마지막 공격까지 성공시키며 20-14로 4바우트를 마쳤다. 윤지수 대신 출전한 전은혜가 4바우트에서 5-1로 상대를 압도하며 ‘슈퍼 서브’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5바우트는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붙었던 최세빈과 하를란의 맞대결로 펼쳐졌다. 각각 두 점씩 주고받은 상황에서 하를란이 3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22-19로 점수 차가 좁혀졌다. 분위기를 내줄듯한 상황에서 최세빈이 한 점을 만회했지만, 하를란이 다시 4연속 득점을 내면서 23-23 동점이 됐다. 3점을 내는 동안 무려 9점을 내준 최세빈은 이후 다시 득점에 성공해 24-23으로 리드를 되찾아왔고, 이후 연속 득점에 성공해 25-23으로 5바우트를 마쳤다. 5바우트만 보면 최세빈이 5-9로 크게 뒤졌다.
6바우트는 전하영과 알리나 코마시추크. 개인전에서 맞붙어 15-8로 승리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전하영의 선전이 기대됐지만, 한 점씩 주고받는 접전이 펼쳐졌다. 29-27에서 코마시추크의 공격이 먼저 들어가 29-28로 1점차로 줄어들었지만, 전하영이 동점이 될 뻔한 위기에서 공격을 성공시켜 30-28, 2점차 리드는 유지했다.
7바우트에 나선 최세빈은 바카스토바를 상대했다. 1점을 따내는 동안 3점을 내줘 다시 31-31 동점이 됐다. 이후 한점씩 주고받아 32-32에서 서로 공격이 교차됐는데 판독 끝에 최세빈의 득점이 인정됐다. 이에 기세를 받은 최세빈은 다음 공격도 성공시켜 34-32로 달아났다. 이후 한점씩 주고받아 35-33, 두 점차 리드는 유지한채 최세빈은 이날 경기를 모두 마쳤다.
8바우트는 이전 4바우트에서 5-1 대승을 거두며 한국의 리드를 크게 가져왔던 전은혜. 그러나 전은혜는 이번엔 흔들렸다. 피스트에 서자마자 연속 실점을 허용해 다시 35-35 동점이 됐다. 흔들릴 법 했지만, 전은혜는 상대 공격을 처낸 뒤 반격에 성공해 36-35를 만들었고, 다음 공격은 간결하게 빠르게 들어가 37-35로 다시 점수차를 벌려냈다. 이후 안정적으로 한점씩 주고받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이며 39-37이 됐고, 전은혜가 공격을 성공시켜 40-37, 7바우트에 비해 1점을 벌리면서 마지막 피스트를 전하영에게 넘겼다.
전하영에게 필요한 점수는 딱 5점. 윤지수가 4강에서 빠진 상황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전하영의 상대는 우크라이나의 에이스 하를란. 선취점은 하를란의 차지였다. 이후에도 하를란이 전하영을 제압하면서 다시 승부는 40-39, 접전 양상이 전개됐다. 이어 전하영의 공격은 하를란이 피한 반면, 하를란의 반격이 먹혀들며 40-40 동점이 됐다.
당황할 법 했지만, 전하영은 스텝으로 한 발 더 빨리 들어가 하를란을 몰아붙였다. 이에 하를란은 뒤로 물러나다 엉덩방아 찧었고, 전하영의 득점으로 41-40이 됐다. 이후 동시 타격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판독에 들어갔고, 심판의 손은 전하영의 손을 들어주면서 42-40으로 다시 리드를 벌렸다.
하를란도 이대로 물러날 선수가 아니었다. 전하영의 발 펜싱에 맞서 영리한 공격으로 3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42-43, 오랜 만에 리드를 빼앗기고 말았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하를란이 또 다시 공격에 성공하면서 우크라이나가 42-44로 금메달 포인트에 도달했고, 하를란이 마지막 공격마저 성공시켜 42-45로 승부가 끝났다. 우크라이나의 베테랑 하를란 한 명에게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승부였다. 하를란은 1바우트, 5바우트, 9바우트에 나서 22점을 내는 동안 10점만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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