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친일파 밀정이냐.”
“아니다.”
“밀정이 스스로 밀정이라고 하면 밀정이 아니겠죠.”
대한민국 국회에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고위 간부와 야당 국회의원간에 오간 대화다.
지난 2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비례)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을 불러내 “단도직입적으로 질의하겠다. 세간에서 김 차장을 친일파 밀정이라고 한다. 혹시 친일파 밀정이냐”고 물었다.
김 차장이 지난 16일 KBS 인터뷰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 사과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을 억지로 다그쳐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과연 진정한가”라고 말한 대목을 겨냥한 것이다. 당시 김 차장은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히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우리 청년 세대들, 그리고 우리 기성 세대들도 이제 자신감을 갖고 일본을 대하는 것이 더욱 윈윈의 게임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이 서 의원 질의에 “아니다”고 답하자 서 의원은 “공영방송에 나와서 대놓고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고 하니까 밀정이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차장은 “일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아닌 일본의 마음을 다스려서 자신감에 찬 한일관계를 리드해 가자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국익을 중시해서 말했다”고 해명했다.
남을 남몰래 살핀다는 뜻의 ‘밀정’은 ‘간첩’이란 말로 통용되며 특히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 관련 정보를 일본에 넘기는 ‘첩자’를 말한다. “일본군 100명 보다 밀정 한 명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암적인 존재’였다. 방송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다. 마음에 없는 사람을 억지로 다그쳐 사과 받아내는 것이 진정한가”라고 언급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국가안보 책임자를 ‘밀정’에 비유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일본을 능가했고, 올해 연말이면 아마 기적 같은 뉴스와 마주할지 모른다”며 “이제는 일본과 어깨를 견주는 대등한 위치가 됐는데 과거 역사의 프레임에 갇혀서 우리의 미래 설계를 늦추는 그런 일이 없도록 새로운 관점에서의 설계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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