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구 오류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가 지난달 31일 발생했다.
차량에서 발생한 불은 약 30분 만에 모두 진화됐다. 숨은 의인 3인방이 초기 진화에 성공한 덕에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4일 세계일보와 만난 김영훈(36), 채종화(44), 임재훈(39)씨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아파트 임시 입주자대표회의를 위해 아파트 단지내 관리사무소에 모여 있었다.
이들은 아파트 입주민 카카오톡 단체방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글을 보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소화기를 들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 거센 불길에서도 망설임이 없이 차량을 향해 소화액을 분사했다.
하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불길이 잡히지 않자 인근에서 다른 소화기를 가져와 소화액을 재차 뿌렸다. 소화기 13개를 사용해 약 20분 정도의 사투 끝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현장을 넘길 수 있었다.
현장은 화재 차량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와 분진, 소화액이 뒤섞여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다. 화재로 인한 연기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 인근 세대로까지 유입될 정도였다.
그런데도 이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소방이 출동하기 전까지 전력을 다해 화재를 진압했다. 이들의 이런 활약은 주차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모두 포착됐다.
당시 현장 출동한 소방관은 “초기 진압이 너무 잘 돼 있어서 추가적인 조치는 필요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스프링클러도 잘 작동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화재 앞에서도 두려움을 몰랐던 이들은 모두 어린 자녀가 있는 가장이다. 자칫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었던 위급한 상황에서도 한목소리로 “할 일을 했다”며 쑥스러워했다.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김영훈 씨는 “화재가 발생했다고 했을 때 놀랐다”며 “옆에서 먼저 뛰어나갔다. 내가 가만히 있다면 부끄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 혼자였다면 화재를 진압할 생각도 못 했을 것깉다”고 말했다.
임재훈 씨 역시 “혼자였다면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사실 불을 처음 봤을 때 무서웠다. 혼자 얼어 있었는데 다른 분이 합세해 용기를 냈다”며 “혼자였다면 (진화를) 못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너무 경황이 없어서 불을 꺼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채종화 씨는 역시 처음 겪는 화재에 두려움이 앞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용기를 낸 건 김영훈, 임재훈 씨와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애써 공로를 다른 사람에게 돌렸다.
채 씨는 “저 역시 경황이 없었다. 주민이 119에 신고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소화기를 들고 달려갔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를 진압 중일 당시에는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며 “전기차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3명이 모여서 초기 진화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덧붙여 “연기가 너무 많이 발생해 솔직히 힘들었는데 때마침 소방관들이 도착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여럿이 모이다 보니 용기도 자신감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날 세계일보가 확인한 CCTV에는 소화기를 뿌리자 화재 차량에서 유독가스가 나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지금도 얼떨떨하고 당황스럽다”면서 “우리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생한 소방관, 119대원 그리고 입주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당시 화재 현장으로 뛰어들었던 김영훈 씨와 임재훈 씨는 화재진화 중 연기를 많이 흡입해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이들은 병원에서 폐 검사, 산소 치료 등을 받았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전해졌다.
화재의 최초 발화는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쉐보레 올란도(디젤) 차량에서 발생했다. 당시 화재 영상이 담긴 CCTV를 보면 운행을 마친 차주 그랜저 옆에 주차 후 자리를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올란도 차량 보닛 하부에서 불꽃이 떨어지더니 불은 삽시간에 엔진룸 전체로 확산했다. 소방 당국은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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