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혜, 패럴림픽 플뢰레 동메달 좌절
영화 ‘범죄도시’ 분장팀장 이력 화제
6일 에페 개인전 출격… 결승행 각오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조은혜(39·부르벨코리아·사진)는 2017년 낙상사고로 척수가 손상돼 하반신이 마비되는 장애를 갖게 됐다. 32살의 나이로 한창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몰두할 때였다. 사고 전까지 그의 직업은 영화 촬영 현장을 누비던 스타일리스트. 6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범죄도시’의 분장팀장으로 참여해 마동석 등 여러 유명 배우들의 얼굴을 책임졌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휠체어를 타야 했던 그는 영화 무대를 떠나 이젠 붓이 아닌 칼을 들었다.
장애인 펜싱 선수로 인생 제2막을 시작한 조은혜가 2024 파리 패럴림픽 무대에 섰다. 조은혜는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펼쳐진 파리 패럴림픽 휠체어 펜싱 플뢰레 B 동메달 결정전에서 베아트리체 비오(이탈리아)에 2-15로 패하면서 아쉽게 동메달을 놓쳤다. 그래도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서 16강전 패배 이후 패자부활전 4경기를 전부 승리로 장식해 동메달 결정전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조은혜가 동메달 결정전서 무릎을 꿇은 비오는 2016년 리우 대회와 2020년 도쿄 대회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 종목 최강자다.
영화 촬영 현장서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던 조은혜는 사고 이후 재활병원에서 뉴스를 보다 접한 휠체어 펜싱에 매료됐다. 그는 “우아하고 멋진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며 휠체어 펜싱과 첫 만남 순간을 돌아봤다. 조은혜는 무작정 장애인 펜싱 협회에 전화를 걸었고, 운동에 전념하며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가을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 2개를 목에 거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리고 2023 전국장애인체전에서는 3관왕까지 등극한 데 이어 생애 첫 패럴림픽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록 메달을 앞에 두고 패배했으나, 조은혜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조은혜는 경기 뒤 “집중과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뛰긴 뛰었는데, 아직 해야 할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상에 결점이 없는 선수는 없다. 내가 더 연구하고 분석해 결점을 찾아내서 다음에는 더 좋은 경기력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고 다짐했다. 경기 직후 흘린 뜨거운 눈물에 대해선 “아쉬움과 함께 내가 너무 하고 싶은 동작들과 기술들이 잘 안 나오다 보니까 나 자신에게 너무 속상했다. ‘갈 길이 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조은혜의 파리 패럴림픽 도전도 끝나지 않았다. 그는 6일 주 종목인 에페 개인전에 나선다. 조은혜는 “남은 경기 더 침착하고 집중력 있게, 그리고 나를 더 넘어서서 이겨내고 한 포인트, 한 포인트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뛰겠다. 에페 종목에선 꼭 결승전에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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