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도난 전화기 중고 시장 영구 비활성화 조치” 주문
날치기 기소율 1%도 안 돼…수사 약 80% 용의자 특정 못 하고 종결
영국 정부의 치안담당 부장관이 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자기 핸드백을 도둑맞았다. 심지어 이 행사는 경찰 간부들이 모인 행사였다.
12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다이애나 존슨 내무부 경찰·소방·범죄예방 담당 부장관은 지난 10일 워릭셔 케닐워스에서 열린 경찰경정협회(PSA) 연례대회에 참석했다. 내무부는 이 행사에서 존슨 부장관은 소지품을 도난당했으나 안보 위험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워릭셔 경찰은 이 도난 사건과 관련해 56세 남성을 체포했다.
존슨 부장관은 이 행사에서 하필 “전국의 너무 많은 도심과 번화가에 반사회적 행위와 절도 등의 고질병이 횡행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 지역사회를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하는 연설을 했다. 존슨 부장관 직전에 연설한 닉 스마트 PSA 회장은 범죄자들이 적절한 계획 없이 조기 석방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영국에서는 교도소가 부족해 일부 범죄자가 조기 석방되고 있다. 통계청의 ‘잉글랜드·웨일스 범죄 조사’에 따르면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1년간 발생한 절도 사건은 전년도와 비슷한 270만건으로 추정된다.
한편 휴대전화 날치기가 급증하자 영국 정부는 제조사와 정보기술(IT) 업체를 소집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3일 BBC 방송과 일간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내무부가 발표한 통계에서 지난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거리에서 벌어진 전화 또는 가방 날치기 사건은 7만8000건에 달했다.
이는 하루 213건꼴로, 전년보다 150% 이상 많고 이전 10년간 연평균보다도 60% 많은 것이다. 날치기와 몰래 빼내기를 포함한 개인 대상 절도는 전년보다 30% 이상 늘어 13만건이었는데, 그중 3분의 1은 휴대전화 도난과 관련됐다.
내무부는 영국과 해외 중고 휴대전화 시장이 커지며 휴대전화 절도도 덩달아 증가했다고 보고, 테크 업체와 휴대전화 제조사들에 도난 전화의 불법 거래를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요청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도난 전화가 중고시장 판매용으로 재등록되지 않고 빠르고 쉽게, 영구적으로 비활성화되도록 하는 식이다.
영국은 날치기 절도가 많은 데 비해 기소율은 매우 낮다. 지난 회계연도의 날치기 7만8000건 가운데 기소된 사건은 0.8%에 그쳤다. 또한 경찰 수사 건수의 약 80%가 용의자를 찾지 못한 채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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