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작으로 김상만 감독의 ‘전, 란’을 선택했다. ‘전, 란’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했고 넷플릭스가 공개하기로 한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이 작품을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 한, 나중에 넷플릭스 가입자만 이 작품을 볼 수 있다. 극장 개봉이 아닌 OTT 서비스 공개작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처음이라 화제가 되었고, 현재 극장업이 어려운 상황이라 영화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개막작이 지닌 상징성 때문에 주목할 만한 작가의 개성을 담은 작품이라기보다는 넷플릭스라는 대자본이 개입한 대중적인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택했다는 측면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대중성을 더 중시한 결정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몇 년간 OTT의 급부상으로 인해 극장과 영화제는 이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그 첫 사건은 2017년에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메예로위츠 스토리스’가 칸 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오르자 프랑스의 극장업계가 반발했고, 이에 따라 당시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받는다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다음 해부터는 극장 상영에 합의한 작품들만 경쟁 부문에 출품할 수 있다는 조건이 만들어졌다. 이 사건은 극장업계의 저항과 압력에 영화제가 굴복한 사건이었다. 그렇지만 다음 해인 2018년에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는 넷플릭스가 제작하고 공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베니스는 넷플릭스와 OTT가 이미 대세이기에 굳이 극장에서 상영하는 작품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세계적인 경쟁영화제인 칸과 베니스의 다른 선택은 주목할 만했다.
그에 비해 대체로 국내 주요 영화제들은 OTT에 대해 반감을 보이거나 OTT 작품들에 대해 특별히 반발하지 않았다. 한국의 국제영화제들은 관객에게 전 세계의 신작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인 비경쟁영화제이기에 상영하는 작품 자체가 주목할 만한가가 관건이지 수상작을 결정하는 경쟁영화제가 아니기에 극장 상영 여부로 압력을 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의 주요 국제영화제들은 영화제 기간에 국내외 OTT 서비스의 부스를 설치하게 하거나 OTT 시리즈들을 영화제 기간에 상영관에서 상영하고 심지어는 OTT 시리즈를 ‘시리즈 영화’라고 일컫는 등 영화라는 틀에 OTT 시리즈를 포함하려고 노력했다. 프랑스에서는 극장 상영업자들이 반발했지만, 한국에서는 극장 상영업계에서 OTT 공개작이 영화제에 포함되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극장 상영을 중시하는 일부 영화인들이 OTT 공개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에 비판하는 형국이다. 이렇듯 앞으로도 영화와 극장과 OTT의 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계속 주목할 만한 쟁점일 것이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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